아메리카나 1 - 개정판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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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최근 재미있게 읽었던 『보라색 히비스커스』, 『아메리카나』 작가 아디치에가 내한했다. 내한하기 훨씬 이전부터 아디치에를 향한 수많은 수식어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수식어는 '페미니스트', 한국 사회에서는 조금 불편해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어쩌면 나도.


아디치에는 강연에서 "페미니즘은 자신의 성별 때문에 강요되는 엄격한 기준이나 기대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각자 남자, 여자가 아니라 각각의 개인으로서 존중받고, 그것을 통해 행복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정확한 정의를 스스로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내가 대학에서부터 배워왔고 생각해왔던 페미니스트와 한국 사회가 바라보는 이미지에는 매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디치에를 만나면서 ‘페미니스트는 이래야 해’ ‘이러한 행동을 하면 페미니스트가 아니야’라는 선입견과 이념보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강한 페미니즘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본질적인 방향에 대해서.


수년 전 패션 브랜드 디올에서는 아디치에에 영감을 받아 'we should all be feminists' 티셔츠를 제작해 수많은 셀럽들이 캠페인에 참여했고, 비욘세는 아디치에의 강연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Flawless」라는 곡을 발표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지만, 그럼에도 아디치에 작가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영향력을 끼치는 이유는 그가 쓰고 말하는 '스토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 간담회에서 아디치에는 "법을 바꾼다고 해서 태도와 인식이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장 좋은 것이 ‘스토리텔링’이 아닐까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어제 장강명 작가의 강연에서도 '책' 중심의 사회에 대해 언급했는데, 그것은 우리가 지닌 구조적 문제를 글로 쓰고 널리 읽혀 서서히 사고와 문화가 옳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아메리카나』는 나이지리아인 이페멜루를 통해 수많은 인종들 사이에 보이지 않지만 뚜렷이 존재하는 계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물들은 주인공 이페멜루에게 말한다 "아프리카 여성들은 매력적이에요. 특히 에티오피아 인들이요.", "지난번에 탄자니아 사파리 여행을 갔을 때 안내인이 너무 훌륭해서 지금은 우리가 그 집 첫딸 학비를 대 주고 있다니까요." 자신이 아프리카에 얼마나 자선을 하고 있으며, 이페멜루가 더럽고 가난한 아프리카를 떠나 미국에 온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에 대해 떠들어댄다.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뚜렷하게 존재하는 계층의 사다리, 이페멜루는 한 개인이 아니라 '흑인', '여성', '외국인'이라는 틀로 판단 당한다. 우리는 결코 한 개인을 개인으로 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페미니즘의 대표작처럼 알려진 『82년생 김지영』도 아디치에의 『아메리카나』도 무언가 유난스럽게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늘상 겪어오고 있어 부당한 줄도 몰랐던 지점들을 '문학'을 통해 보게함으로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게 한다. 그리고 조금 더디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른 시대의 문학 작품들을 읽어보면 분명 변화해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 안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또 반드시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들이 필요하고, 또 때로는 힘을 모으로 법과 태도를 바꿀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하는 부분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늘 본질적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성별과 인종, 나이, 직업 그 무엇과도 관계없이 함께 공존해야하고, 그 누구도 슬프게 할 권리가 없으며 공동체에서 약한 부분은 함께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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