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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확고한 남성의 세계에 살던 한국 남성이 쓴 『두 번째 페미니스트』와 나이지리아라는 제3세계 국적의 한 여성이 쓴 『엄마는 페미니스트』는 남/녀의 다름이나 '페미니스트'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보다 우리는 어떤 생각과 의식을 가지고 삶을 살아야할까? 라는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두 번째 페미니스트』에서 작가는 시의 세계를 사랑하는 문학지망생에서 시각장애인 애인을 사랑하며 결혼을 준비하고, 아기를 품에서 키우며 돌봄을 도맡는 ‘남성 아내’로 변화하기까지 과정 속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끊임없이 이 세상에 존재하나 모두가 인지하지 못하는(못하는 척하는) '불편한' 지점들을 고민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한다. 작가는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성과, 수많은 타자들(LGBTQ, 장애인)과 함께 살 수 있게 도와준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고백한다.
여성들에게 '꽃'에 관련한 비유 사용하지 않기, 청소년들에게 '애들'이라든가 '친구들'이라는 표현 쓰지 않기, 식당이 가서 '이모'라고 부르지 않기, 외모와 관련해서 말하지 않기, 나이 어린 사람에게 반말하지 않기. 머릿속에 금칙어를 넣고 다니면 일상에서 말들이 덜그럭거린다. 언어가 세계의 그림이리고 정의한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경계는 내 세계의 경계를 의미한다."고 진술했다. 니체는 "언어의 감옥에서 사유하기를 거부하려면 사고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언어를 돌보기 위해 혀를 멈추면서, 내 세계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르게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오늘도 탐색해본다.
─ 『두 번째 페미니스트』 중에서
사실 나는 꽤 둔하고 이기적인 편이라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 많이 고민해보지 않은 부분들이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불편함'들이 내가 지닌 이중적인 잣대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꽤 놀랍기도 했다. 『엄마는 페미니스트』에서 아디치에는 인간 사회의 기본인 ‘차이’에 대해 ‘혐오’의 시선을 덧씌우지 않도록 가르치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차이에 대한 '불편한 지점'에 대해서, 수많은 타자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들의 '다름'과 그 다름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대해서.
최근에 읽었던 많은 문학 작품 속에서 남편이 아내를, 아버지가 자식을 때리는 폭력적인 모습을 자주 마주하고 불편함을 느꼈다. 그 때마다 내가 읽던 책에 이러한 폭력은 늘 등장했는데 그동안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왔던 걸까, 생각했다. 주변 일상에서 일어나는 폭력적인 상황들이 문제로 인식되지조차 못했던 때가 분명 있었으니까. 문학 작품에 묻어나오는 (전 세계적인) 시대상에 마음이 씁쓸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러한 부분들이 불편하게 여겨지는 것도 이러한 '불편한 지점'들에 주목하고 문제시하는 누군가들이 있었기 때문일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불편한 지점들에 대한 생각들이 분명 긍정적으로 변화해가고 있다고 믿는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고민했으면 하는 불편한 지점들도 있다. 이미 한국은 단일 민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혼혈 아동에 대한 차별이나 다른 인종에 대한 혐오, 국제결혼이라는 이름의 인신매매. 우리는 정말 나와 타자들 모두 동등하게 귀한 존재라는 시선을 가지고 있을까?
너의 페미니즘적인 전제는 이것이어야 해. 나는 중요하다. 나도 똑같이 중요하다. ‘~하다면 중요하다.’도 아니고, ‘~하는 한 중요하다.’도 아니야. 나도 똑같이 중요하다, 그것으로 끝. 다른 수사 여구는 필요 없어.
─ 『엄마는 페미니스트』 중에서
이 두 권의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여성과 장애인, 미성년자, 이민자에게 가해 왔던 ‘소수자’라는 차별적 시선에 대해 다양한 입장에서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었다. 『엄마는 페미니스트』에서 아디치에는 딸에게 말한다. "너의 페미니즘적인 전제는 이것이어야 해. 나는 중요하다. 나도 똑같이 중요하다." 이 말은 곧 "너는 중요하다. (당신이 여성, 장애인, 미성년자, 이민자 등 '수많은 타자들' 일지라도) 너도 똑같이 중요하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