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북 - 어머니의 삶을 기록하면 가장 소중한 책이 된다 마더북
엘마 판 플리트 지음, 반비 편집부 엮음 / 반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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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내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무엇일까?

물론 두둑한 용돈도, 예쁜 카네이션도 좋지만 나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이 어쩌면 가장 좋은 선물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어디에서 태어났어?

어릴 때는 어떤 아이였어?

엄마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어?





어릴 때는 엄마와 교환일기도 쓰고, 이십대까지는 단둘이 여행도 다녔던터라 나는 엄마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학창 시절에 친했던 친구들, 등산을 좋아해서 주말마다 산에 갔던 젊은 시절, 아빠와의 연애 이야기들도 즐겨 들었으니까. 요즘 엄마들은 육아일기를 세심하게 써서 아이가 크면 선물로 준다고 하는데, 나는 이미 늦었으니 엄마의 이야기를 남겨달라고 졸랐다.






집 앞에 개천이 있었어. 좁은 외나무 다리를 지나야 개천을 건너 집으로 갈수 있는데, 어릴 때 비가 많이 내리던 날 깡총깡총 다리를 건너다 물쌀에 쓸려간 적도 있었어. 커서 학교를 다닐 때도 그 개천을 건너서 다녔고. 엄마는 둘째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언니와 동생들 사이에서 가족들을 챙겨온 착한 딸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굳이 어릴 때부터 효녀였다고 강조했다. (두둥!)





한 번도 궁금해한 적 없었던 엄마의 할머니, 할아버지.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만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상상해보면 생애 전쟁을 치뤘으니 그랬을 법하다. 나는 어릴 때 (나의)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서 너무 좋았는데, 특히 어딜가나 할아버지가 자전거 뒷자리에 나를 태워 다녔던 홍제동 골목길과 할아버지의 등허리가 떠올랐다. 깊숙이 넣어둔 앨범을 꺼내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도 들춰보니 내 나이의 엄마는 정말 나랑 똑같이 생겼다?? (당연한 건데 기분이 조금 묘했다)



엄마가 내 나이일 때,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것들을 좋아했는지 이야기하다보니 엄마는 어느새 추억에 잠겨서 '그 시절이 그립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나는 엄마를 아주 많이 닮았다. 외모부터 성격이나 좋아하는 것들까지.

책을 좋아하고 글쓰는 걸 좋아하는 것도 엄마를 닮은 것이고, 때때로 불타는 성격도 뒷모습도 꼭 닮았다. 우리는 서로 엄마의 엄마가 아니던 시절과 내가 엄마 나이가 되었을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사실 서른이 넘어가면서 때로 엄마와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느낄 때도 있었는데, 어제의 대화는 참 고마웠다. 이야기하는 엄마의 표정이 정말 즐거워보였으니까.




귀찮아서 안한다더니 아침에 눈뜨자마자 못쓴 말이 떠올랐다며 책을 다시 가져갔던 건 반전. 엄마가 써준 말들은 다 내 보물이다. 못다한 말 우리 또 이야기하자. 내가 엄마 안에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 다 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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