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호브로 탐라생활
한민경 지음, 구자선 그림 / 판미동 / 2019년 4월
평점 :

길에서 들개에 물릴 뻔한 호이를 지켜 주는 호삼이의 용맹함에서, 호이가 혼날 때 눈치껏 말을 잘 듣는 호삼이의 성격에서, 호이가 잘못하면 나와 호이 사이에 끼어들어 말리는 호삼이의 행동에서 장난치고 싶으면 호이의 다리를 무는 장난기 가득한 호삼이의 얼굴에서 나는 오늘도 호삼이의 집이 되어 주길 잘했다, 호삼이의 견주가 되길 잘했다 생각한다. _p.195
모든 관계에는 노력이 따른다. 상대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많을수록 나는 상대를 향한 노력 또한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봤을 때 호이와 호삼이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으려 애쓰고 저렇게 아는 단어가 많은데, 나는 너무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 후로 나는 개들의 언어인 카밍 시그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호이와 호삼이는 눈빛으로, 소리로, 몸짓으로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오고 있다. 그들이 우리의 명령어를 잘 알아들어 주듯 우리도 관찰과 애정으로 개들을 보면 분명 많은 것들을 아아들을 수 있다고 생각환다. 그럼 어느 날은 나란히 앉아 서로의 하루를 이야기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_p.189
BOOK. 《호호브로 탐라생활》
어느 날, 친한 편집자가 무는 개, 주운 개, 죽다 살아난 개에 대한 원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려견 동영상이 많으니까 나는 당연히 그런 포토북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강아지도 아닌 개, 심지어 무는 개라니 충격적이었다. 마케터로서 독자들이 이런 '개'이야기를 좋아할까? 관심 가져줄까? 근심도 되었다.
나는 사실 지금껏 반려동물을 키워 본 적이 없어서 사람과 반려동물이 서로에게 느끼는 '어떠한' 감정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지만, 때때로 그 감정이 부러웠던 적은 있었다. 친구와 동네 공원에서 산책을 했을 때 만났던 호빵이는 겁이 엄청 많은 아이였다. 다른 강아지들을 보면 무서워서 도망치는 주제에 지나가는 개가 내 친구를 향해 다가올 때는 그 누구보다 용맹하게 짖어대고,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는 시선 한 번 떼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도 호빵이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내 친구와 호빵이가 서로 마음을 주고 받으며 긴 시간 서로를 알아가고, 노력하던 까마득했을 시간은 보지 전혀 모르지.
어릴 때는 '마음'이라는 것이 그릇에 담긴 물처럼 누군가에게 주고 나면 남지 않는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마음을 쓸 거라면 동물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마음이라는 것은 쓸수록 줄 수 있는 것이 늘어난다는 것을. 주변을 돌아보면 예민하거나 공격적인 사람도, 소심하고 쉽게 상처받는 사람도 살아온 환경에 따라 만들어진 각자의 성격대로 살아가지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친구란 이름으로 서로 끌어당기고 안아주며 살아가야 하는 것처럼 작가는 동물인 호이와 호삼이 김신이 물기도 하고, 버려져 떠돌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끌어당기고 안아주며 살아간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의 외모나 건강 상태, 그가 살아온 환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듯 작가에게는 무는 개 호이, 주운 개 호삼이, 죽다 살아난 개 김신의 상태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서로 쌓아온 많은 기억들과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려고 했던 노력, 그리고 마음을 주려고 애썼던 시간들이 그들에게 가장 중요하지 않았을까. 사람이건 동물이건 중요하지 않다. 어떠한 부족한 점도 타고난 결함도 지니게 된 상처도 결국은 사랑이 아니면, 누군가의 마음이 아니면 그 무엇도 바꿀 수 없으니까. 사람을 물던 호이의 마음을, 주인도 무는 개를 향해 주었던 작가의 마음을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