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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ㅣ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삶의 마지막 여정이 죽음이라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여야만 현재 우리의 삶을 더 온전하게 살 수 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 현재를 즐겨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던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에 앞서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죽음을 기억하라!”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어떠한 모습이기를 바라는지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깊은 의미를 품는다. _p.266
10여 년 전에 <버킷리스트>라는 영화가 흥행하면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유행이 된 적이 있다. 이 영화는 한 평생 앞만 보고 달려온 두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정리하면서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나가는 유쾌한 영화였지만,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남은 생을 정리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자신만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평소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빼놓지 않고 보는 애청자로서 '유성호' 교수님의 책이 출간된다고 하니 기다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방송에서 자주 보게 되는 유성호 교수는 '타살'의 흔적이 있는 사건에서 부검을 통해 유의미한 증거를 찾아가는 모습이라 직접 담당했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유성호 교수가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그 누구보다 '죽음'을 눈앞에서 많이 본 사람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많이 고민했으리라.
얼마 전 엄마가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이런 말을 했다.
심폐소생술을 하는데, 자식들이 그만하자고 말해서 친구로서는 조금 서운했다고. 조금만 더 시도해보면 조금 더 살지 않을까'
아쉬워서 하는 말이겠지만, 나는 자식으로서 이해가 되었다. 죽어가는 몸을 억지로 살려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통만 더 주는 것이 아닐까 고민했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꼭 심폐소생술을 끝까지 해서 조금이라도 더 살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엄마는 질색하셨지만.
이 책에는 '죽음'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론 법의학자로서 만날 수밖에 없는 범죄의 모습도 있고, '죽을 권리'와 '살릴 의무'에 대한 '존엄사' 이야기,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준비해야 한다는 평소 견해를 통해 '죽음'에 관한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나는 엄마와 이야기 나눈 적이 있는 '연명 치료'와 먼 친척이 오랫동안 '뇌사 상태'로 투병한 것을 봐서 '뇌사'를 죽음으로 봐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상징적이고 추상적으로 죽음을 직시하고 남은 삶을 열심히 살자는 것이 아니라, 정말 '죽음'에 관한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이제 '죽음'에 이르는 방법은 대체로 암으로 인한 '병사' 혹은 '사고사'일 것이다. (타살은 극히 적으니까) 그 말은 예전처럼 이제 나의 늙음과 가야 할 때를 알고 서서히 생을 정리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을 거부한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암에 걸리면 내 삶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항암치료를 받다 병원에서 삶을 마감한다. 아마 내가 죽음을 직면하게 될 때는 질병으로 인하여 계속 항암치료를 받다가 병원에서 사망하거나, 사고로 인하여 병원에서 연명 치료를 받다가 사망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런데 나도 문득 나의 마지막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장기기증을 서약한 사람으로 뇌사 상태가 될 경우에는 장기를 기증했으면 좋겠고, 암에 걸려 투병하게 된다면 더 이상 살 가망이 없는 시점에서는 항암치료보다는 자연스럽게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항암치료를 한다고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혹은 사고로 인하여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거부하고 싶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나니 '죽음'을 현실적으로 직시한 만큼 생에 대한 생각도 현실적으로 변화되는 것 같다. 각자 생각하는 자신의 마지막 모습은 다를 수 있으니까.
책 뒷면에 '인문학적 통찰이 더해진 죽음 지침서'라는 말이 이 책을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법의학자가 던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죽음'에 대한 물음에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