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마음 - 나를 키우며 일하는 법
제현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리 계획된 경로를 밟아 차근차근 전환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전환의 욕구나 필요가 닥쳤을 때, 대부분 먼저 ‘방황기’를 겪는다. 그 방황기에 우연히 만난 사람들, 우연히 마주친 기회들이 전환의 경로를 제시한다. 이미 존재하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최적의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경로 안에서 마주치는 경험과 관계망 안에서 자신의 선호와 기준에 따라 하나의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 ‘어쩌다 전환의 기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_p.162

 

--------------------------------------------------------------------------------

 

같은 일을 해도 그 일의 경험을 통해 써내려갈 수 있는 이야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얼핏 보아 파편적이고 불연속적인 경험을 통해서도 일관되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는 사람은 자기 기준을 가지고 있고, 그 기준에 맞춰 자기 일의 경험을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만들어내는 탁월성은 전문성으로 치환되지 않더라도 굳건한 디딤돌이 되어준다. _p.169


 

 

요즘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최고의 덕담’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라는 말이다. 얼마나 흥미로운 말인가, 적게 일하는데 심지어 많이 벌라니 최고의 덕담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입사해서 일을 배울 때는 선배들의 '칭찬' 한 마디에 자존감이 하늘까지 올라갔다가, 어떤 날은 실수 하나로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시무룩해있기도 했다. 내가 준비한 이벤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좋은 책이 많이 팔렸다고 느끼면 너무너무 신났고 기세등등했다. 나에게 '일'이란, 재미있는 놀이같았다.

경력이 차츰 쌓여가고 이직도 여러번 하게 되면서 나에게 '일'은 나의 자존감과 동의어가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해본 적도 없는 SNS를 개설해 운영하기도 했고, 독자와의 만남이나 서포터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일하는 경우도 많았고,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했다. 때때로 이게 내가 잘할 수 있는 최대치인 것 같아, 라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행운'이라는 사실을 잊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고 많은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기도 했다. 나는 그게 진짜 내가 일을 잘해서 그런 줄 알았다(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서툰 내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믿어주신 많은 선배님들덕에 많은 것들을 새롭게 도전해볼 수 있었고, 그 힘으로 즐거워하며 일을 했던 것 같다. 그땐 잘 몰랐지만, 좋은 분들이 늘 계셨고 내 실수는 모른 척 넘어가주고, 더 많은 격려와 칭찬으로 키워주어 잘 자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던 중, 딱 한 번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생각대로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던 적이 있다. 난 늘 일이란 잘 진행되는 건 줄 알았는데, '일'이라는 것 외에 여러 복잡한 관계와 이기심들로 인하여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들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 후 나에게 '일'이라는 것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었다. 그 전에는 더 잘하고, 더 인정받는 게 좋았고 만족감이 있었다면, 그 만족감이 일의 가치일까 고민해보게 되었다. 이제는 성취감만으로 달려가기에는 힘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돌아봤을 때, 나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에게는 '사람'이 남아있었다. 지금은 전부 서로 다른 회사에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모르는 것을 물어봤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들, 이직을 준비할 때마다 추천해주고 도와주셨던 상사분들. 사실 일이라는 것이 한 회사에 내가 기여하여 '매출'을 올리는 행위지만, 나는 이 전에 너무 코 앞만 보고 달려갔던 것 같다. 그래서 곧잘 일욕심으로 다투기도 했고 내 의견을 우겨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서로 도와가며 함께 달려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게 되었다. 때때로 어린 후배들이 일로 서운해하고, 투정부리는 일이 생기면 '저 친구는 예전에 나처럼 아직 혈기왕성하구나;'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선배들이 날 기다려주었듯 나도 기다려줄 때인 것이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그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일'을 할 때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 간단하다. 그것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것'이라기 보다, 열심히 일하고 인정받는 것이라기 보다 서로가 함께 일하면서 일로 인하여 서로가 성장하고, 성취하고 그래서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아닐까. 누군가의 도움없이 나혼자 잘나서 탁월하게 잘 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함께 의견을 나누고 화합할 때 더 많은 시너지가 나기도 하니까.

지금은 아직 경력이 얼마 안되어 내 앞가림도 힘들지만, 나에게 '일하는 마음'은 여전히 탁월하게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것이기도 하고, 내 선배들이 나에게 해주었듯 누군가가 스스로 탁월하게 잘한다고 느끼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동행해주는 일도 하고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런 고민했었지,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일하는 내 마음'을 점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 일했을 때부터 돌아보면 부끄러운 기억도 많고, 즐거웠던 기억도 많겠지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일해왔는지를 돌아볼 수 있다. '일하는 마음'에 정답은 없지만, 스스로가 '일에 대한 철학'은 있어야 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