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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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는 크게 세 명의 중심 인물로 흘러간다고 볼 수 있다.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메모를 따라 아버지의 연구를 이어 받은 고가 겐토는 수수께끼같은 아버지의 메세지에 혼란스럽지만, 점점 아버지가 남긴 메모와 연구의 진실에 점점 다가가며 예거의 아들을 포함한 불치병에 걸린 전세계의 10만 명의 어린이를 살릴 수 있는 '기프트'약을 개발한다.

조너선 예거는 군인이었지만 불치병에 걸린 아들의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민간 군기업에 근무하며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걸린 피그미족 암살 임무를 수행하러 콩고의 숲으로 잠입하게 된다. 예거를 포함한 네 명의 군인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잠입하는 콩고는 오랜 세월 민족 간의 분쟁과 군벌의 횡포에 시달려 온 국가로, 10여 년에 걸쳐 사망자 수만 400만 명 이상에 달하는 콩고 내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참사로 불린다. 이곳을 배경으로 예거 일행의 이야기가 긴박하게 진행되는 한편 르완다 내전, 강대국의 식민 지배, 자원 분쟁, 무장 집단의 횡포 등 아프리카의 비극적인 역사와 참혹한 현실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남다른 두뇌를 가진 루벤스는 NSA소속으로 나이젤 피어스의 이메일 정보를 분석하며 진화한 새로운 생명에 대한 정보를 알게되고, 하이즈먼 리포트에서 예견한 진화 생물의 출현을 막기 위해 네메시스 작전(신인류말살계획)을 지휘하게된다. 그 가운데서 번즈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정책과 정권의 실상에 맞서 그들을 구하고자 한다. 루벤스의 행동은 비록 적극적 도움은 아니지만, 현 인류보다 진화한 생명체에 대하여 과학자로서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예거는 암살 임무를 위해 잠입한 콩고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목격한다. 그리고 그 존재가 현인류에서 진화한 새로운 종임을 알게 되고, 그를 콩고에서 구해 일본으로 데려가는 작전에 참여한다. 세 살 정도밖에 되지 않은 아기의 모습의 '아키리'는 성인 수준의 지적 능력이 아니라,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차원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제 4차원의 이해, 전체의 복잡한 상황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점, 제 6감의 획득, 무한히 발달한 도덕의식 보유, 특히 우리의 지적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정신적 특질의 소유.’
우리 인류가 진화하면서 기존의 생물을 멸종시켜온 것처럼 진화한 종도 우리 현 인류를 멸종시킬 것인가.

<제노사이드>는 700p에 가까운 방대한 양의 소설이지만, 인류보다 진화한 새로운 생명과 현 인류의 종말, 그리고 진화한 생명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흥미롭게 다룬다. 그리고 지구상 가장 진화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열등하고 잔혹한 존재인지를 보여줌으로서 '인간은 서로 죽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곧 '인간성'에 대한 질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인간성'에 대한 질문은 내가 최근 책을 읽으면서 꾸준히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였는데, '보편적 인간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것처럼 자신의 이득이나, 위협이 되는 존재에 대해서 죽이기를 망설이지 않는 수많은 인물들의 모습이 정말 '인간의 본성'일까?

세계의 역사를 '전쟁사'로 분류해서 보자면 다카노 가즈아키의 질문처럼 현 인류는 유일하게 '제노사이드'하는 잔혹한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일 뿐, 모든 사람의 생애를 보여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 속 '번즈 대통령'처럼 전쟁을 하더라도 직접 자신이 목도하고, 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죄책감이 적은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이어진 비극적인 현실들 앞에서 누군가는 다른 선택을 했을테니까.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나와 관계없는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기도 하고,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생애를 바치기도 하니까. 그 설명할 수 없는 '선함' 또한 인간의 본성 중 하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제노사이드 작품 속에서처럼 '아키리'를 구한 것은 자신의 아들처럼 '아키리'를 바라보고, 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는 예거의 마음과 본 적 없는 죽어가는 아이들 10만 여명을 살릴 수 있는 약을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가 겐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들을 돕는 루벤스의 '선함'때문이었으니까.

이렇게 긍정적으로 낙관만하기에 현재 지구곳곳에서 제노사이드가 일어나고, 자신의 열등함을 감추기 위해 잔혹함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의 '인간성'이 잔혹하고 무지함 자체라고 인정하며 정의내리지는 말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지난 역사라도'인간성'에서 벗어난 행위들에 대해서 돌이키고 반성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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