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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의 추억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가족, 일, 친구, 약혼자 등등은 내 안에 잠들어 있는 그 끔찍한 쪽 색채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빙빙 휘감긴 거미집 같은 것이로구나, 하고 생각했다. 거미줄이 많을수록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없고, 잘하면 아래가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생을 끝낼 수도 있다.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은 '가능하면 그 아래 깊이를 모르기를'이라는, 그런 게 아닐까. 그래서 우리 부모님이 나보다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것이리라. 내가 이곳에서 깊이 떨어지지 않기를, 무척이나 걱정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돌아갈 곳이 있는 나, 낙담하고 절망하는 것은 어차피 놀이였다.
이 곳에서 지낸 며칠, 유리잔 속으로 푹 꺼진 것처럼, 슬픈 필터를 통해서만 보았던 풍경은 내 마음에 꼭꼭 새겨져 앞으로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니시야마만큼 솔직해지기는 아마 어렵겠지만, 그의 인생처럼 있는 그대로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BOOK. 《막다른 골목의 추억》 중
요즘 읽고 있던 책들이 꽤 어두운 이야기여서 그 영향으로 내 마음도 무거워졌는데, 이럴 때는 역시 '요시모토 바나나'지!하며 당연스레 꺼내들었다.
때로는 책이나 주변 사람에 의해 크게 감정이 동요하는 나의 예민함이 싫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런 다양한 색채와 깊이의 감정들을 지니고 있다는 게 참 좋기도 하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바로 '내'가 되었을테니까.
불행하다고 느끼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왜 그렇게 되었지?'라며 이유를 찾게 되곤하는데, 또 반대로 상황과 전혀 무관하게 행복 또한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예측할 수 없지만 기적은 누구에게나 고루, 언제나 마련되어 있다. 미처 그 사실을 몰랐을 뿐.
그렇게 많은 실수와 기적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다.
'있는 그대로의 인생'에 조금씩 다가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