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담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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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에 의하면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할 때 '빛'이 있으라 라고 '말'하니 빛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하나의 우주가 탄생한 역사적 사건이자 창조적 사건이다.


'말'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보통 '말'을 생각하는 경우는 '아, 말 실수 했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혹은 '그 말은 하지말걸.' 등 내뱉어진 것을 주워담을 수 없을 때이다. 왜냐하면 '말'이라는 것은 보이지도 않고, 내뱉으면 사라지는 무형의 행위이자 소리이지만 이것은 '하나의 우주'이기도 하다.


우리도 하나님처럼 말로 하나의 우주를 탄생시시키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한다. 이 책에는 5개의 우주가 등장한다. 송우영이라는 우주, 세미라는 우주, 강차연이라는 우주, 이일영이라는 우주, 엄마의 우주. 이 우주들(=말)은 서로 닿기도 하고, 스치기도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송우영과 세미는 '말'을 직업으로 삼는 스텐딩 코미디언이다. 이들의 농담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자기 치유적이기도 하고, 서로의 말이 만났을 때 섹슈얼하기도하다. 이 둘의 우주는 분명 맞닿아있다.

우영은 평생 농담 속에 살면 좋겠다고 말한다. "내가 했던 웃긴 농담만 남고 내 몸과 마음과 정신은 사라졌으면 좋겠어. 내 농담이 전 우주를 떠돌고 있으면 얼마나 기쁘겠어"


우영은 얼마 전 어머니를 잃고 고아가 되었지만 어머니가 남긴 편지의 원래 주인을 찾으려 애쓰고, 어머니가 남긴 말을 담아 엄마의 우주와 이부형제인 일영의 우주가 서로 닿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그 두 우주가 만나 서로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걸까?

이 세상에서는 엄마와 일영은 죽었지만 사실 그들은 죽지 않았다. 엄마의 편지와 일영의 목소리를 통해 여전히 '말'이 되어 우주에 남아있는 것이다. 어머니, 왜 이제야 우주에 왔어요. 아들아, 나는 원래 문자(=편지)였는데 목소리로 변환되어서 오느라고 좀 늦었구나. 괜찮아요, 어머니, 우주에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일영은 우주에 있다. 어릴 때 헤어져 오랜만에 다시 만난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노력한 시간을 배신하지 않으려 우주로 떠났다. 비행을 하기 전 지구에서 죽는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수차례했지만, 막상 죽음이 눈앞에 있자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둠뿐인 우주에 홀로 존재하며 지구의 누군가에게(사랑하는 사람들) 자신의 말(=우주)이 닿기를 간절히 바란다.


자신의 죽음 앞에서 홀로 외로이 자신의 우주를 지켜가는 일영. 그는 지구에서 보았더 동생, 우영을 떠올리며 우주선에서 어설픈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며 선보인다. 그 무엇도 할 수 없지만, 관제센터를 향한 말로서 존재하며, 그 말로 자신과 사랑하는 이와 맞닿아간다. 그는 존재하지않지만 그의 말로 존재한다.  이 우주에서 남자최대한 먼 곳까지 나아가며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전한다. 그 메세지는 곧 일영 자신이다.


'말'이라는 것, '소통'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도 말(=우주)가 닿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흔히 우리는 '말이 안통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나의 세계와 그의 세계는 닿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의 말과 나의 말은 만나지 못했다.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만.


어머니의 편지와 아들의 말이 우주에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 않지만, 그들의 우주는 닿아있으니까. 서로를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한 말이 만나 그 우주에서 오래오래 머물 것이라 생각한다.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지만.


나는 누구의 우주와 닿아있을까?
그리고 나는 마주하는 누군가와도 닿지 못하고 스쳐갈까. '죽음'을 마주하더라도 우리는 '말'로 세계에 끊임없이 머문다. 내가 누군가에게 던진 비수가 되어 남을 수도 있고, 무심하게 던진 말 속의 진심으로 남을 수도 있지. 그렇게 죽지 않고 부활해서 우리는 우주 속에 머문다.


당신의 우주에 나의 우주는 농담과 같은 모습이길 바란다. 유쾌했던 기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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