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죽으러 갑니다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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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죽기 위해 모인 다섯 명의 자살자,
그러나 이중에 한 명은 살인마다!

 

기억을 모두 잃은 채 병원 침대에서 눈을 뜬 태성이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사업 실패로 자살을 하려던 부모가 아들을 먼저 죽이려고 자신의 방에 번개탄을 밀어 넣었다는 사실과 기초 생활 수급자라는 고달픈 현재 신분 뿐이다.

 

그러던 중 동반 자살 카페 '더 헤븐'을 발견하게 된다. 사연을 올린 태성에게 ‘메시아’라는 사람이 함께 동반 자살할 사람을 구하고 있다고 접근해 온다. 그리고 한 장소에서 다섯 명이 모였다. 10대임에도 누구보다 죽음을 원하는 최린, 삶의 기력을 다 잃어버린 민서라, 유난히 건들거리는 태도의 정태오, 그리고 부유해보이는 '메시아' 한동준을 만나, 숲 깊은 곳의 한동준의 별장으로 가게된다.

 

'더 헤븐'의 메시아 한동준, 그는 죽기 전 그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겠다며 죽음을 5일간 미루기를 제안하고, 그들이 삶에서 원했던 것들을 떠올린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최린,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가족에게 외면 받았던 민서라, 동반 자살을 위해 번개탄을 밀어넣고 달아난 태성, 그리고 의뭉스러운 태도의 태오와 한동준.

 

모두가 죽음을 원하지만 이들 중 한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 자살을 핑계로 살인을 일삼던 연쇄 살인범이었다. 죽고싶지만, 살고싶다! 그는 누구일까?


죽고 싶다는 생각에 대해.
태성은 기억을 모두 잃은 채 홀로 판자촌에 머물고 있다. 가족도 없고, 가진 것도 없어서 배고픔과 추위, 그리고 외로움에 죽음을 원한다. 이것이 그에게 닥친 현실이다. 그런데 사실 알고보면, 실제 기억의 사건은 훨씬 비참하다.

 

어렴풋이 남아있는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곳에는 번개탄이 피어오른다. 형에게 방해가 될 지 모르니 같이 가자는 말과 함께 번개탄을 밀어넣는 부모의 모습, 그리고 한 번이라도 부모님의 뜻을 들어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나. 그러나 깨어나보니 나는 끝내 살아남았다. 정말 죽음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가장 어두운 표정의 10대 소녀 채린은 유서에 자신을 따돌린 친구들을 원망하는 글을 써놓았다. 그것이 채린에게는 죽음을 택할 만큼 가혹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외면당하는 외로움과 억울함이 그를 괴롭혔다. 민서라는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더 상처였던 것은 부모님이었다. 사실을 알고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말 (피해자에게 흔히 하는 비수)로 인하여 무너졌다.

 

자살, 물론 절대 해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손내밀어 주는 이가 아무도 없다면 그들은 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누군가가 이런 상황에 있을 수 있다. 내가 즐겨듣는 팟캐스트 <크라임>의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실제 동반 자살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삶이 죽는 것만큼 괴롭기에 자살을 택하지만 혼자 죽는 것은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심리스릴러이다. 작가는 ‘집단 자살’이라는 주제를 통해 OECD 국가 중 자살율이 1위라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친구들에 의해, 가족들에 의해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단순히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고통스러운 부분을 통해 진실을 알아가고 자신을 직면해나간다. 기억을 잃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기억을 잃었는가.

 

처음부터 죽음을 원했던 그들. 하지만 그들이 원한 죽음은 끔찍하게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도망쳐야하고, 살아 남아야한다. 그리고 살고싶다.

 

악은 또 다시 반복되고, 결국 우리는 악을 이기지 못한다.
섵부른 희망적으로 독자에게 해피엔딩을 선사하지는 않지만, 반전의 반전과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 쾌감이 있다. 그리고 ‘놀라운 페이지터너(page turner)’라는 평을 받는 정해연 작가의 작품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간결하게 읽힌다.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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