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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말해요
엘레나 베르나베 지음, 알바 아사올라 그림, 김여진 옮김 / 그리고 다시, 봄 / 2025년 10월
평점 :
그리고 다시, 봄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손은 말해요 / 엘레나 베르나베 글 / 알바 아사올라 그림 / 김여진 역 / 그리고 다시, 봄 / 2025.10.20 / 원제 : Con las manos
그림책을 읽기 전
표지의 맞닿은 두 손을 보며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네요.
한쪽 손에는 깊은 세월이 잔잔히 깃들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맑은 온기가 느껴져요.
손끝의 작은 빛이 둘 사이의 온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 이 안에 담긴 장면들이 더 궁금해지네요.
그림책 읽기

할머니, 아플 땐 어떻게 참아요?
도 순으로 낫게 하지, 아가.

마음으로 견디려 하면, 아픔은 옅어지기는커녕 더 짙어진단다.
손은 영혼의 더듬이란다.

아기들을 생각해 보렴. 그 조그마한 손으로 조몰락대며 세상을 배워 가잖니?
노인들의 손을 보렴. 살아온 삶을 낱낱이 비추는 건 우리 몸속 다른 어느 곳도 아닌 바로 두 손이란다.
그림책을 읽고
아이가 가시에 손을 찌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놀란 아이는 아픔을 느끼고, 할머니에게 아픔을 참는 법을 묻지요. 할머니는 아이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며 상처를 살펴주고, 손에 여러 이야기들을 들려주지요. 바늘을 잡아 바느질하는 손, 빵 반죽을 만지는 손, 서로의 손을 감싸 쥐던 순간들이 이어지는 동안 아이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아픔도 삶의 또 다른 장면이 될 수 있음을 천천히 알아가게 되지요.
그림책을 덮으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손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나?” 하는 것이었어요. 몸의 다른 어디보다도 손은 무언가를 만들고, 붙잡고, 놓아주고, 쓰다듬고, 헤아리며 살아가는 동안 계속해서 우리 대신 말을 건네고 있었는데, 정작 저는 그 손의 언어를 자주 놓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책 속의 할머니는 아이에게 말하지요. 아픔을 견디는 건 마음만으로 버티는 게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만들고, 누군가에게 건네며 조금씩 지나 보내는 일이라고요. 그 말이 참 오래 남았어요. 흔히 “참아야지” 하고 마음을 움켜쥘 때가 많은데, 오히려 손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이며 흘려보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손들은 제각각 다른 결을 지니고 있어요. 주름 깊은 손, 부드러운 손, 조그만 손, 삶의 무게가 얹힌 손…. 그런데 이 손들이 하는 일은 결국 비슷해요. 돌보고, 보듬고, 연결하고,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일들. 조용한 장면들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꽉 차는 느낌이 들었어요. 손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감정이 전해질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지요.
책의 끝에서 아이가 두 손으로 무언가를 완성해 내는 장면은 오래 바라보게 되었어요. 그 순간 아이가 깨달은 건 거창한 교훈이 아니라, “내 손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근본적인 사실이었을 것 같아요. 어른인 저도 그 장면에서 작은 용기를 얻었으니까요. 아픔이든 기쁨이든, 결국 손을 움직이는 사람에게 다시 길이 열린다는 것. 묵묵히 지나온 손의 시간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
문득 제 손을 내려다보게 되었어요. 오늘 하루 제가 붙잡은 것들, 놓아준 것들, 건넨 마음들. 생각해 보니 손은 언제나 맨 앞에서 저를 살아가게 해준 존재였더라고요.
- 그림 작가의 손이 머문 자리 -

<손은 말해요>의 그림을 맡은 알바 아사올라 작가님은 이 작품을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해요.
작업 과정 내내 이 책이 스스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안내해 주는 듯한 경험을 했다고 해요. 작업 초기에 큰 상실을 겪었고, 마무리 단계에서도 또 한 번 마음을 흔드는 일이 이어지면서 책을 끝까지 완성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글 한 줄 한 줄이 손을 이끌어주듯 “계속해, 내가 도와줄게”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고 해요. 그렇게 손을 움직이고 또 움직이던 끝에, 책은 어느새 완성되어 있었다고 해요. 작가님은 이 과정을 떠올리며 “이 책이 누군가에게도 같은 말을 건네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하지요.
알바 아사올라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albaazaola/
- 손, 손가락 그림책 모음 -

손, 손가락 그림책부터 손도장·지문을 다룬 책, 손 모양을 확장해 표현한 그림책까지…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손을 중심에 둔 이야기가 정말 많지요. 사람의 손이 전하는 느낌이 좋아서인지, 저는 이런 책들에 자꾸 마음이 가요. 손끝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들은 모두 하나씩 펼쳐보고 싶어지네요.
손, 손가락 그림책 모음 : https://blog.naver.com/shj0033/221491164489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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