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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토 씨 ㅣ 모두를 위한 그림책 24
다니엘레 모바렐리 지음, 알리체 코피니 그림, 황연재 옮김 / 책빛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포르투나토 씨 / 다니엘레 모바렐리 글 / 알리체 코피니 그림 / 황연재 역 / 책빛 / 2020.01.30 / 모두를 위한 그림책 24 / 원제 Il signor Fortunato (2019년)

책을 읽기 전
2018년 출판사 책빛을 만나고 좋은 그림책을 많이 알게 되었지요.
이젠 출판사 책빛의 그림책이라면 믿고 보는 그림책이 되었네요.
2018년 <파란 나무>를 소개받던 날 설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지요.
다시 한번 <파란 나무>를 소개해 준 그림책 읽는 블로거 성게님께 감사드려요.
줄거리

포르투나토 씨는 가진 게 아주 많았어요.
집이 어마어마하게 컸는데, 방이 너무 많아 길을 잃을 정도였어요.
지하는 스케이트장과 스키장으로, 다락방은 열대 정글로 만들어 놓았지요.
초인종은 누를 필요가 없었어요. 오케스트라가 대신하니까요.

어느 바람 부는 날이었어요.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포르투나토 씨의 모자가 날아갔어요.
포르투나토 씨는 모자를 쫓아 숨도 못 쉴 만큼 빠르게 달렸어요.
지친 포르투나토 씨는 풀밭에 쓰러져 잠이 들었어요.

다음 날, 포르투나토 씨는 가게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어요.
세상에! 등에 달팽이 껍데기가 붙어 있습니다.
스포츠카에 탈 수 없고, 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의사들도 치료할 수 없다고 하지요.

포르투나토 씨는 공원에 털썩 주저앉아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들과는 너무나 달랐어요.
무엇보다 살아 움직였어요. 서로 어울려 웃고, 울고, 안고 소리치며 뛰어놀았어요.

날이 어두워지자 점점 추워졌어요. 포르투나토 씨는 따뜻한 집이 그리웠어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곳,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신 속으로.
책을 읽고
그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식의 물건들이고 실제로 이용하는 것은
그 많은 것들 중에 애용하는 빨간 스포츠카!
가지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소유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
수많은 물건과 수많은 모자 중 하나의 모자!
그 모자를 따라갔던 일로 포르투나토 씨는 많은 것을 잃게 되지요.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을 잃게 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얻게 되지요.
저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요.
아주 가까운 지인이 집안에 수영장이 있는 부유촌 빌라에 살고 있지요.
하지만 그녀는 물건 하나를 자유롭게 살 수 없는 처지였어요.
많은 곳에 소비를 하다 보니 쌓이는 빚에 작은 물건을 구매할 때도 남편의 허락이 필요했지요.
그런 그녀의 속사정은 대부분 잘 알지 못했지요.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옷으로 사람들은 그녀를 기억했으니까요.
때론 부유하지만 안고 있는 가정사 문제들로 말 못 할 속을 끓는 지인들을 보게 돼요.
그래서 저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는 편이지요.
(물론 제가 생각하는 게 틀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소유하는 삶과 존재하는 삶'이라 표현한 출판사의 소개글이 마음에 들어요.
네 명의 식구가 살고 있는 집에 가장 많은 것은 그림책인 것 같아요.
이런 그림책이 식구들에게 짐이 되기 시작하네요.
그럼에도 그림책을 사 모으는 것을 막을 수가 없네요.
그림책을 내보는 것은 더욱 못하겠어요.
그림책마다 사연이 있고, 소중한 책이거든요.
하지만 보이는 그림책만 보고 책장 안쪽에 모아둔 그림책을 보지 못하는 지금
내가 과연 소유하는 삶과 존재하는 삶 중 어느 것인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지난겨울 그림책을 정리했지만 여전히 빈 공간은 보이지 않지요.
이건 소유의 삶일까요?
<포르투나토 씨>를 읽는 순간부터 불편했던 단어 '소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 봐야겠어요.
- 행운이 담겨 있는 그림책 -

'포르투나토 씨'의 이름에는 이탈리아어로 ‘행운이 있는’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해요.
그래서 행운이 담겨 있는 그림책을 모아보았어요.
그림자 발전소 / 무카 / 씨드북
행운 전달자 /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 김경연 역 / 풀빛
행운을 찾아서 / 세르히오 라이를라 글 / 아나 G. 라르티데기 그림 / 남진희 역 / 살림어린이
마젤과 슐리마젤 / 아이작 B. 싱어 글 / 마고 제마크 그림 / 이미영 역 / 비룡소
행운을 부르는 깃털 / 페기 반 걸프 / 김현좌 역 / 봄봄출판사
나에게 찾아온 행운 / 엘리자베스 허니 / 김은정 역 / 제삼기획
- <포르투나토 씨> 속의 말풍선 -

도입부에 초인종의 이야기가 나오는 장면에 오케스트라를 보면서 단원들이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바이올린 세 연주자들의 수다 삼매경과 심벌즈 연주자는 "난 항상 대기 중이야."라는 캐릭터들의 이야기.
특히, 지친 포르투나토 씨가 공원에 앉아 살아 움직임이 느껴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 이야기가 더 크게 들렸어요.

"내 사랑!" 할머니가 사랑스러워 볼에 뽀뽀를 하는 할아버지, "오~예!" 흥에 취해 댄스파티를 하는 그룹,
"우린 하나야!"라고 외치는 남자 둘과 함께 뛰는 강아지.
"할머니, 잠깐만요!" 봉지가 터진 줄 모르고 사과를 떨어뜨린 할머니를 부르는 아이.
"며칠 전 해 먹은 나물이 맛나더라고..." 두 할머니는 서로의 레시피를 공유할 것 같아요.
그런데 유일하게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저분은 무얼 하고 있을까요?
오늘도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