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들 - 냄새로 기억되는 그 계절, 그 장소, 그 사람 들시리즈 4
김수정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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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로 기억되는 그 계절. 그 장소. 그 사람

후각이 민감한(발달한) 저자가 쓴 에세이로 '냄새'와 관련된 기억들을 담고 있다.

향을 지닌 용품들은 기본이고 계절, 사람, 장소 등 냄새로 기억될 수 있는 모든 순간들이랄까...

보자마자 나와 비슷한 작가에게 벌써부터 내적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음식을 먹기 전에 냄새를 먼저 맡을 정도로 후각이 예민했던 사람이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별 관심 없이 지냈는데 어느 날 낯익은 냄새를 맡고 까마득히 잊고 있던 추억 한자락이 생각날 때면 그게 그렇게 반갑고 그리울 수가 없었다.

사진을 보고 '맞다. 그때 그랬었지.' 하고 기억해 내고 추억하는 것과는 또 다르다. 냄새와 함께 저장된 그 기억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마치 그때로 타임리프를 한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좀 더 생생하고 친밀하다.

코끝에 묻은 냄새들을 재료 삼아 매일을 또렷이 기억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작가.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세대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화장품 편집 숍으로 한때 인기 있었던 토사코사, 음반 가게, 요즘 젊은 사람들은 모를 시트콤과 드라마, 나도 아는 분위기의 호프집까지...... 그래서 더욱 공감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코를 파묻고 오래도록 맡고 싶은 아끼는 냄새들이 있다.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배가 간질간질하고, 목울대가 따끔따끔 뜨거워지는. 냄새를 동그랗게 말아 주머니 안쪽에 소중하게 넣고 언제든 꺼내 맡고 싶은 냄새들.

p.159


어디서도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냄새들이기에 저자의 마음이 내 마음 같았던 글이다.

누구에게나 기억되는 향(냄새)이 있을 것이다. 그게 잊고 싶었던 냄새일 수도, 잊고 싶지 않은 냄새일 수도 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저장된 냄새들은 내 안에 농축되어 있다가 물끄러미 나타나기도 한다.

앞으로도 기억과 함께 소환될 냄새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추억의 재료가 될 냄새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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