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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 - 5개의 시선으로 읽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
김응빈 외 지음, 송기원 엮음 / 동아시아 / 2017년 3월
평점 :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갈 때 어떤 이는 매우 신기해하며 흥분하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은 두려워하며 낯설어 한다" (p.197)
생명을 합성하는 것이 인간이 조물주의 위치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행위이며 인간 생명의 비밀을 알아내는 중요한 열쇠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폴 고갱의 질문에 대한 답은 합성생물학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오류가 있는 유전자를 찾아서 정상으로 되돌린다'라는 유전자 치료 사례에서 보듯이 과연 잘못된 유전자를 판단하는 주체는 누구이며 그 근거는 무엇인지 본질적인 물음이 생긴다. 혹시 이것이 나치의 우생학 부활은 아닌 것인지, 또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처럼 맞춤형 아기와 신 봉건사회가 도래하지는 않을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정치든 과학이든 어느 분야의 논쟁에 대해 특정 집단의 의견만 듣고 수용하다 보면 확증편향적 사고를 키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사안에서 중립적 시각과 위치를 고수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한 번쯤은 상대방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줄 줄 아는 지성인의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 발견부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에 의한 유전자 편집까지, 생명과학은 전체 인류 역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였다. 유전자 조작과 생명체 합성, 소위 신의 영역이라 불리는 것들에 대한 인간의 도전은 멈출 줄 모른다.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에서는 합성생물학의 정의와 과학 기술의 현주소, 앞으로의 기대와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우리가 생명과학-유전자 편집을 그토록 두려워하며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철학적 담론을 던져주며, 제도적∙윤리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향도 제시한다.
『다윈의 서재』에서는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에 대해 ‘전문화가 너무 심해지다 보니 지식의 세계가 자폐적으로 변했다. 『통섭』은 그 흐름에 역행하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통섭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분과 중심이 아니라 주제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생물학, 생화학, 신학, 행정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 5명의 시선으로 합성생물학을 다룬 이 책은 꽤 괜찮은 통섭을 시도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