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닉맨 - 인간을 공학하다
임창환 지음 / Mid(엠아이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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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현실이 된 생체공학 기술, 바이오닉맨

우리는 보통 소라게를 말할 때 소라껍데기를 포함해서 하나의 개체로 인식한다. 분명 소라껍질은 소라게가 갖고 태어난 신체의 일부가 아님에도 말이다. 불의의 사고나 질병, 또는 선천적 장애로 인해 신체의 일부를 인공으로 대체한 사람들이 많다. 같은 맥락에서 그런 인공 장기가 한 사람의 개체에 포함되어 인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아직은 기술적 한계가 있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는 심장을 포함한 신체를 전부 인공으로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바이오닉맨’을 ‘인간’이라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은 과연 신체의 몇 %, 또는 어느 부분까지 인공물로 대체하는 것으로 봐야할 것인가? 이 책 「바이오닉맨」에서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해본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다스베이더의 명대사 ‘I’m your father’보다 더 충격을 주었던 주인공의 잘린 팔이 로봇 팔로 대체된 장면은 이 책의 저자를 생체공학 연구자로 만들어 준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책 「바이오닉맨」에서는 팔, 다리, 눈 등 외부로 노출되어 있는 신체부터 심장, 뇌 등 인공 장기까지 그 시초라 할 수 있는 사례부터 현재의 기술과 한계,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와 미래까지 그려보고 있다.

인류의 상상력이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설령 그것이 순간이동이나 타임머신, 불로초를 구하는 것처럼 터무니 없어 보이는 것이더라도 그런 인류의 탐구심과 노력은 과학 발전에 진일보를 가져다 준다. 연금술과 화학, 점성술과 천문학이 그랬던 것처럼.

"인류는 항상 상상한 것을 이뤄왔으며,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p.209)

원자력 기술에 대한 최초의 의도가 어찌 되었든 현재는 에너지 발전과 무기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생체공학 역시 인류의 낙관적인 미래만을 기대할 수는 없다. 영화 「매트릭스」, 「가타카」, 「공각기동대」처럼 많은 SF 영화와 소설은 생체공학 발전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윈터 솔져같은 트랜스 휴먼으로 세계정복과 지배욕을 충족 시키거나, 「아일랜드」처럼 인간을 부품과 소모품으로 여기는 비인간적 시대, 그리고 「멋진 신세계」처럼 의료 혜택과 수명 연장에 빈부격차가 극심해져 새롭게 발생되는 봉건사회 등 작가들은 소설과 영화를 통해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며 ‘우리 이러지는 말자’고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뇌에 전기를 자극하면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저명한 과학자의 경고가 수십 년간 뇌 과학 발전에 발목을 붙잡았다. 앞서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가 한편으로는 과학 발전에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처음에 들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인간의 장기 대부분이 기계로 대체되더라도 여전히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의 ‘전신이식’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된다면 그 사람을 과연 누구라고 불러야 하나? 영화 「트랜센던스」처럼 나의 생각 전부를 기계에 업로드 하면 그것을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 인간이라 정의할 수 있는 최후의 신체 요소는 결국 ‘뇌’ 일 것이라는 결론이 선다. 기계에 업로드 된 정보는 그저 나의 복제본 또는 백업 파일일 뿐이다.
"기계 안의 누군가는 나와 기억이나 경험을 공유하는 ‘전혀 다른사람’이다." (p.231)
"인간의 뇌는 무게가 불과 1.4kg밖에 안 되는 하나의 신체 장기에 불과하지만, 다른 장기와 달리 뇌는 곧 ‘그 사람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p.138-139)

그러나 뇌 조차도 해마에 보조장치를 달아 기억력을 증대시키거나, 손상된 뇌의 일부 혹은 전부를 대체하게 된다면 질문은 다시 원점이 된다. 인간이란 기준의 마지노선을 뇌 대체율로 따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합성 생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최근에는 효모를 합성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신의 영역이라는 생명체 합성의 단계까지 온 인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런 모든 과학기술이 어떻게 변하는지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어서라도 나는 냉동인간 또는 바이오닉맨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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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고기의 북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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