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이 힘들 때, 외로울 때,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단 생각이 들때면 이 책을 읽어라.

`[中]임신 9개월 산모, 기차 화장실서 아이 낳고 잃어버려...`
`짝퉁 천국 [中], 애인의 짝퉁 아이폰 선물에 비관 자살...`
`[中] 대대적 성매매 단속에 잡힌 매춘분, 알고 보니 남성`

언젠가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법한 중국 관련 뉴스들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사실 이 소설의 일부 사건을 내 멋대로 기사 제목으로 써 본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속 사정도 모른채 단순 기사화 하면 이렇게 혀를 찰 정도의 가십거리에 불과할 뿐이다. 소설에서도 이런 기사가 나오면 3일간 지속되어야 그나마 약간 대단한 사건으로 여겨진다. 대부분의 관심은 하루 이틀이면 족하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 서문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비슷 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 저마다의 사정을 안고 있다.˝ 라고 했다. 이제 그들이 각자 어떤 가슴 아픈 사연을 갖고 있는지 소설 속으로 한 번 들어가 보자.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가 사라졌다.
불치병에 걸려 혹시 아들에게 짐이 될까 노쇠한 몸을 이끌고 사라져 버리신게 아닐까? 아버지를 찾아 한참을 돌아 다녔다. 우연히 들른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식당에서 옛 연인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다. 정신이 아찔해서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방에서 불이 났나 보다. 사람들이 뛰쳐 나가고 건물이 무너진다. 그런 상황에서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소설은 주인공 양페이가 사고로 죽은 직후 화장터(영빈관)로 가면서부터 시작한다. 그가 죽고 나서 7일 동안 겪게 되는 이야기는 그와 아버지의 추억, 연인 리칭과의 추억, 그와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이들과의 재회로 그려진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영빈관에서 영혼들은 화장을 해야만 안식을 취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묏자리도 납골함도 가지지 못한 가난한 이들은 그마저도 녹록치 않다. 이들은 육신이 썩어 백골이 될 때까지도 영원히 구천을 떠돌아야만 한다. 주인공 양페이의 삶도 기구하지만 그의 아버지 사연도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다. 구천을 떠도는 다른 등장 인물들의 사연도 하나같이 비통하고 애잔하다. 비록 처음의 기사 제목처럼 단순 가십거리에 불과한 사건들도 숨은 사연을 들어보면 하나 같이 안쓰럽고 비참하다.

소설 <제 7일>이 슬프게 다가온 이유는 소설 속의 케이스가 이세상 어딘가에 분명 존재하고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또한 현실의 그들이 `자기 얘기`같은 이 소설을 볼 수 있는 기회 조차 드물 것이라는 점이 더욱 슬프게 만든다. 이 소설을 자기 전 침대에서 읽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처럼 지하철에서 읽었다면 복받치는 감정에 눈물이 앞을 가려 책장을 덮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허나 이 소설이 마냥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이승에서의 삶이 가난과 절망, 슬픔, 노여움, 안타까움 이었다면 저승에서의 삶은 이 모든 것을 이겨내는 힐링의 순간으로 다가온다. 비록 이승에서의 가난이 저승까지 이어져 화장도 못하는 신세지만, 오히려 안식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보여진다. 이 곳에서는 가난도, 절망도, 싸움도, 배고픔도 없이 함께 어울리며 영원히 사는 곳이다. 어쩌면 안식 후 환생하여 지옥같은 이승으로 다시 떨어지는 것보다 이런 천국에 남는게 낫지 않을까.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 에서는 영화의 장면들이 생생히 떠오른다. 영화를 본 적도 없거니와 사실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진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이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사람의 본성 중 `측은지심`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동안 이 여운은 쉽게 가시질 않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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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고기의 북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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