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위한 넓고 얕은 과학 지식, 티타임 사이언스.

<티타임 사이언스>는 제목처럼 차를 마시며 가볍게 이야기를 나눌법한 내용이 담긴 책이다. 물론 분야는 과학이다. 과학은 어렵고 나와 별로 관련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최근 핫이슈였던 이세돌vs알파고, 지카바이러스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요새는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굵직한 사건이 발생하면 전국민이 전문가 뺨칠 정도로 디테일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메르스에 감염된 젊은 의사가 ‘사이토카인 폭풍’을 겪어 더 위험했다라는 뉴스 기사에서 우리는 새로운 과학 지식을 배웠다. 그런데 누군가 여기에 조금 더 보태 디테일한 과학적 원리와 배경 스토리를 알려 준다면? <네이처>나 <사이언스>지 논문의 핵심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설명해 준다면? 검색하고 해석해서 이해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주고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알려줘서 고맙다고 해야할 것이다. 물론 평소 궁금했던 주제였다는 전제하에.

이 책은 식품, 의학, 고생물학, 심리학, 신경과학,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등 여러 과학 분야를 다루고 있다. 과학 이론부터 역사, 최신 논문에 대한 설명,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적절하게 소개되어 있다. 또한 많은 그림과 그래프, 사진은 적절한 이해와 흥미를 유발하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나는 천문학 챕터부터 시작하여 뒤죽박죽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간에 책 한 권을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혹시나 건너 뛴 챕터가 없나 하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봤지만, 다 읽어버렸다는 것에 오히려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다양한 분야로 구분되어 있지만 실제 다루는 내용은 1~2개 정도 뿐이라서 더욱 그런 것 같다.

과학 전문 기자였다는 화학과 출신의 저자는 그 이력답게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 등 많은 과학 관련 책들을 저술 및 번역 하였다. 이 책은 과학카페 시리즈의 5번째 도서이다. 평소 과학을 좋아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실 그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비록 한 권을 읽었을 뿐 인데도 과학 지식에 대한 그의 다채로운 스펙트럼과 집요하게 파고 들어 궁금증을 해결하려는 모습, 그리고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고자 하는 저널리즘 정신에서 신뢰를 느꼈다. 이전의, 그리고 앞으로 출간될 그의 다음 책들도 꼭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너에게 좋다고 나에게도 좋은 건 아냐’ 책 중간에 언급된 이 구절처럼, 이 책이 담고 있는 모든 내용이 모두에게 유익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무조건 수용이 아닌 비판적 책읽기가 필요한 이유이다. 한 예로, 암 발생 원인에 대한 <사이언스>에 실린 ‘불운bad luck’ 이론에 대해 1년만에 <네이처>에서 반박하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내용 말미에 저자는 ‘귀가 몹시 얇은 필자는 지난해 논문을 보면서 무릎을 쳤지만 이번 논문을 읽으며 ‘이게 훨씬 더 설득력이 있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고 고백한다. 전자의 ‘불운’ 이론은 최근 나도 책으로 접하고 흥미롭단 생각이 들었는데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니, 역시 중요한 것은 진리에 가장 근접해 보이는 과학도 불완전 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새로운 혁명을 이끌어 냈던 것처럼 열린 관점에서 과학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중간마다, 그리고 아예 마지막 장을 할애해서 소개되는 과학자들 중 많은 사람이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대중을 위한 과학책을 저술 했다는 점이다. 그런 모습에서 무슨 자극이나 사명을 받았는지, 저자도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들을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래도 읽다가 너무 어렵다 싶으면 모두 이해하려 들지 말고 가볍게 스토리 정도만 알고 가도 좋을듯 하다. 과학이 어렵게 느껴지는가?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 <티타임 사이언스>와 함께 딱 이 정도 교양으로 과학을 시작해보자.

http://m.blog.naver.com/raccoon129/2207092066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