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봉을 찾아라!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작은도서관 32
김선정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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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라는 직업과 동화작가라는 직업은 매우 밀접하다. 실제로 아이들과 가장 가까울 수밖에 없는 교사는 곁에서 늘 아이들을 관찰하고 지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교사출신 동화작가가 내 주위에는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짜장 짬뽕 탕수육의 김영주선생님과 슬픈 종소리의 송언선생님을 들 수 있다. 그 분들은 늘 아이들과 살면서 벌어진 일들을 어떻게 하면 동화로 만들어낼까 시시때때로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이분들이 동화 소재용으로 아이들 삶을 지켜보는 분들은 아니다. 동화작가이기에 앞서 아이들 삶을 이해하고 그들을 받아들여 곁에서 살아주는 훌륭한 교사이기 때문이다. 김영주선생님은 남한산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가는 교사로도 알려져 있다. 송언선생님은 각종 강의에서 재미있는 입담으로 듣는 이들에게 아이들 보는 눈을 키워주는 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를 확신할 수 있는 가장 큰 까닭은 내가 그분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곧잘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기 또 하나의 교사출신 작가가 하나 등장했다. 김선정. 나와 절친한 동료이자 후배교사의 아내이기도 한 그가 작가로 등단할지는 생각조차 못했다. 몇 해 전부터 동화를 쓰는 공부를 해 왔던 일은 익히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일찍 작가의 길로 들어설지는 몰랐다. 놀랐지만,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을 함께 준비했던 동료로서 그의 등단은 나를 비롯한 우리 모임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이 책의 소재는 남편의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에서 찾았다고 한다.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에서 대안국어교과서를 한창 만들 때, 텍스트를 직접 써야 할 일이 생겨 쓰던 것을 한 편의 장편동화로 만들어 낸 계기가 이렇게 빛을 볼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그렇지만, 기쁜 감정들을 뒤로 하고 이 책을 가만 가만히 들춰다 보면 교사였기 때문에 써낼 수 있었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마구 든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 책이 독자에게 흡입력이 있으려면, 특히 소설이나 동화처럼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책을 만날 때는 이야기를 읽는 내내 뒷이야기가 궁금토록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기준을 충분히 만족시켜주는 내용으로 전개가 된다. 아이들에게 불친절하기로 소문난 나이든 교사 최기봉. 그에게 어느날 갑자기 얼굴도 기억 못하는 한 제자에게서 선물을 받게 된다. 그 선물은 아이들에게 찍어주는 최기봉이라는 이름이 박힌 만년동장. 그런데 며칠도 가지 않아 이 도장은 사라져 버리고 온 학교에 최기봉도장이 찍혀 주인공 최기봉을 괴롭힌다. 이것만으로도 뒤에 이어질 얘기는 한층 궁금해지고 여러 등장인물들이 얽혀 있는 반전을 통해 사건을 해결이 되고 답답하고 꼬장꼬장 하기만 했던 최기봉선생이 아이들 곁에서 사는 교사로 재탄생한다는 흐름으로 마무리 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꽤나 많고 후기도 많은데, 공통적으로 등장하는게 바로 눈물이다. 이 책을 읽으면 어느새 눈물이 난단다. 사실 나는 눈물보나는 따뜻함과 흐뭇함을 더 느꼈다. 사건을 만들어준 교사 유보라와 최기봉선생과 관계가 만들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작가의 어린 시절을 떠오렸을 법도 했고 지난 10년 간 학교에서 만났던 수많은 아이들과 교사들 사이에서 흔히 벌어질 만한 일을 가져왔을 수도 있었으리라 여기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교사인 내 모습을 돌아보기도 했다. 교사라면 누구가 느끼고 아파했을 얘기를 꺼내는 작자를 생각하며 눈물보다는 가슴이 따뜻해져 옴을 먼저 느꼈다. 충분히 공감할 이야기여서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질 만한 책이다. 얼마전 김선정 작가집에 놀러갔다. 늘 밤 늦게 술먹고 들어가 아침에 부시시한 눈으로 인사를 나누는 사이지만, 은근히 남편이 자랑스럽게 벌써 2쇄를 찍어내다는 이야기를 던지자, 이내에 그것으로 그칠 것 같다며 수줍어 하던 김선정씨의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서울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문자를 보냈다. 좋은 이야기 책으로 써 주어 고맙다고. 이 책이 두루두루 많은 이들에게 읽혀졌으면 좋겠다. 참 좋은 사람이 쓴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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