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교전 세트 - 전2권 악의 교전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꽤 두툼한 책이지만 시종일관 술술 쉽게 읽힌다.

덤으로 재미 있다와 없다 중에서 고르자면 분명 재미있다 쪽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재미있게 봐도 되나 하는 생각과 함께 어딘지 모르게 찝찝한 뒷맛이 강하게 남는다.

1,2권의 주 내용은 하스미라고 하는 뛰어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 유쾌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고, 뒤에 가서는 4-50분의 짧은 시간 동안 40여명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토끼사냥하듯 무자비하게 파괴한다.

그렇다고 <악의 교전>을 절대악의 악행기.... 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과 선량한 피해자들로 확고하게 나눠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스미는 두말 할 거 없이 괴물이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느냐는 질문에
본문 중 답한 거처럼
하스미는 선택지를 남보다 많이 갖고 있는 인물이다.

나를 괴롭히고 성가시게 하거나 아프게 하는 사람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아주 소수일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바라는 데에 그치는 데 반해,
하스미는 ˝살인˝이란 적극적 방법을 사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하스미에게 살인은 어디까지나 수단이다.

방해가 되는 다테누마를 퇴학시키는 뒷공작과
스리이를 자살로 꾸며 살인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

반면, 괴물인 하스미에게 대항하는 인물들이
착한 사람들이냐 하면 꼭 그렇지 않다.

당장 스리이만 하더라도
자신의 부인을 죽이고 그 시체를 감춘 후
불륜 상대였던 교장을 협박해 학교의 실권을 잡아온 사람이다.
스리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등장인물들 다수가 굳이 선악의 이분법으로 따지자면 선하지 않다.

하스미의 함정에 빠져 퇴학을 당한 다테누마만 하더라도 왕따 가해자에
동급생의 약점을 잡아 줄기차게 돈을 갈취해 왔었고. 퇴학 당일 난동을 부릴 때도 살의를 가지고 칼을 휘둘렀다.

하스미의 본색을 끄집어내려 하던 하야미의 경우 역시
학교에 대한 불만으로 집단컨닝을 재미삼아 주도하기도 하고.
하스미를 찌를 생각에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다.

이쯤되면
살인을 제외하고 (당연하지만 살인을 한 하스미가 제일 나쁘다)
하스마 쪽이 정당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학교에 고립된 채,
패닉에 빠져 몸부림 치는 아이들 각각의 모습도
추한 인간의 본성을 맘껏 까발린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악하다....라고 해도 할말이 없어질 정도다.

하스미는 소설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빼어난 살인마다.

그러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타인을 상처입힌다는 행위 자체만 보자면 하스미는 도처에 차고 넘치도록 있다.

<악의 교전>을 읽고 난 뒤 느껴지던 그 찝찝함은 지독한 현실에서 오는 맛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던 작은 선 중 하나가 하스미를 붙잡았던 것처럼
우리 안의 작은 선 하나가 이기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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