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초 : 한 남자 사랑의 기초
알랭 드 보통 지음, 우달임 옮김 / 톨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3시간넘게 기차를 타야하는데,
그 시간동안 재미있게 읽을 책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고른 것이 알랭 드 보통의 `사랑의 기초 : 한 남자`였다.

선택은 성공이었다.
3시간 동안 마지막 장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으니까.

흔히 사랑을 다루는 여타의 소설들과는 달리
(사실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은 그다지 읽지 않아서.. 딱히 비교하기도 그렇지만)
현실적이다.

사랑의 위대함을 노래하지도 않고,
사랑이 가져오는 폭풍같은 정열을 발산하지도 않는다.
더욱이 사랑의 기초는 사랑이 식어버린, 결혼 후의 이야기이다.

`영원을 서약한 단 한 사람에게 합법적으로 투자하여, 그로부터 최대의 성과를 거두고자 갈망하기`의 해법으로 부르주아가 내놓은 것이 지금의 `결혼`이라는 것.

적은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
일부일처제에 단 한 사람만을 일평생 사랑하는 것은 대단히 부자연스럽고 힘든 일이란 것을 낱낱이 고해 바치고 있으니,
사랑이나 결혼에 대한 로망은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소적이지 않다.
일년에 여섯 번 뿐인 섹스에 절망하며 밤마다 포르노그래피에 심취하며 괴로워하더라도,
세상이 두렵고, 돈으로 세상의 친절을 사고 싶어지는 나날 중에 그래도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아내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기에 결혼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역설적이지만,
동화같은 사랑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따뜻했다.

비행기 착륙법이나 외과수술법을 직관적으로 터득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결혼해서 잘 사는 법 역시 굳이 배우지 않아도 터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끊임없는 노력과 이성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닐까.

이 또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발상일 뿐일지 모르겠지만,
조금 더 음미하고 숙성시킨 후
천천히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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