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만 했다. 학교에도 다니기만 했고 엄마와도 같이 살기만 했고 교회도 가끔씩 가기만 했다. 매일을 그렇게 살았으면서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새삼스럽게하루 종일 인생을 낭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달리 할 수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온몸에 후회가 들러붙어 쓸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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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닐 셔스터먼.재러드 셔스터먼 지음, 이민희 옮김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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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갈증이 났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나도 모르게 목이 마르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 소설은 단 일주일 간의 단수로인해 일어난 사건들을 보여준다. 평소에는 감추며 살아가던 악함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고, 영웅심을 발휘하여 혼란스러운 상황을 지혜롭게 이끌어가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혼란을 틈타 한몫 챙기려는 인간도 존재한다.

물 하나만으로 계엄령이 떨어지고 재난상황이 되는 것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소름끼치게 현실적이다.

이 소설에서는 10대 청소년 5명이 이 혼란한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애쓰는 분투기를 보여준다. 서로에 대한 의심과 배신, 호감이 뒤섞여 있다. 일주일이지만 사건의 전과 후의 이들의 삶은 다소 달라진 것 같다. 나도 이 책을 읽고나서 물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은 바뀌었다.

급변하는 상황과 반전에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오랜만에 잘 읽히는 재난 소설을 읽은 듯 하다.

‘사람들은 수도꼭지가 말라 버린 이 순간을 기억하게 될지도 몰라. 대통령이 암살된 순간을 기억하듯이.’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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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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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군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적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 사람을 세상에서 영원히 지워준다는 제안을 한다면?

이 책의 주인공도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애써보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안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 제안을 받게 되고, 29초의 통화가 끝나고 난 뒤에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삶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지만,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리는 일은 쉽지 않다. 또한 그 결정의 무게만큼 나의 삶도 무거워진다.

주인공은 말로를 연구한다. 그녀가 겪는 상황과 말로의 작품인 포스터스 박사의 비극이 묘하게 겹치는 것은 이야기가 비극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기에 내내 그녀를 응원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마치 영화를 보고 나온 것 처럼 장면장면들이 떠오른다. 반전이 있어 내용을 다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책을 펼치는 순간 덮을 수 없을 것이다.

더해서 현대의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겪어왔고 겪을 수 있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상황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별점을 최고치까지 줄 수 있는 책을 읽게되어 너무 반갑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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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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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하나씩 꺼내어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어쩌면 소중하기도 하면서도 어떤 이에겐 아무것도 아닌 그런 잡동사니 같을지도 모르는 그런.

작가가 직접 찍은 듯한 사진 속으로 이야기가 살며시 스며들었다.

끝에 담긴 두 편의 시나리오는 별책부록 같다. 물론 책 안에 있으니까. 그냥 부록인가?

영화를 즐겨보지는 않지만, 꼭 한 번은 찾아서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지금은 상상한 장면이 더 좋아서 나중에 내용이 잊혀질 때 즈음 봐야겠다고 생각만 했다.

하지만 <여름밤>을 처음 보았던 그때 느꼈던 막연한 낙관은 모양을 달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그 여행에서 얻었던 어떤 것을이 이미 사라지고 없었으니까. 그림을 보고 돌아오며, 나를 지나치고 내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잃어버렸지만 그림이 주는위안은 그대로였다는 것, 그리고 그 잃어버린 것들 때문에 위안은 더 깊어졌다는 것. 달빛에 의지한 여인들의 왈츠가 있는 그림은, 지금 여기에서의 남루한 재회로 인해 비로소 의미가 생겼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가, 만들어졌다.
P.83

불이 켜진 집과 편의점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 차들이 지나고 자전거가 달린다.
춥고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은 그 공간에
누군가가 살고 있었다.
P.95

완벽하게 좋은 순간, 그것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나 자신에게 유익한 것인지.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억은 스러져가는 환영을 잃어버리지 않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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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우울백서 - 서귤의 정신과 치료일기 ㅣ 후룩문고 2
서귤 지음 / 이후진프레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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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극복해나가면서 평범한 삶을 살아내는 작가의 고군분투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인스타에서 연재할 때부터 봐 온터라 내용을 다 알고 있음에도 흥미롭다. 이 책이 비슷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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