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하나씩 꺼내어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어쩌면 소중하기도 하면서도 어떤 이에겐 아무것도 아닌 그런 잡동사니 같을지도 모르는 그런.작가가 직접 찍은 듯한 사진 속으로 이야기가 살며시 스며들었다. 끝에 담긴 두 편의 시나리오는 별책부록 같다. 물론 책 안에 있으니까. 그냥 부록인가? 영화를 즐겨보지는 않지만, 꼭 한 번은 찾아서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지금은 상상한 장면이 더 좋아서 나중에 내용이 잊혀질 때 즈음 봐야겠다고 생각만 했다. 하지만 <여름밤>을 처음 보았던 그때 느꼈던 막연한 낙관은 모양을 달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그 여행에서 얻었던 어떤 것을이 이미 사라지고 없었으니까. 그림을 보고 돌아오며, 나를 지나치고 내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잃어버렸지만 그림이 주는위안은 그대로였다는 것, 그리고 그 잃어버린 것들 때문에 위안은 더 깊어졌다는 것. 달빛에 의지한 여인들의 왈츠가 있는 그림은, 지금 여기에서의 남루한 재회로 인해 비로소 의미가 생겼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가, 만들어졌다.P.83불이 켜진 집과 편의점이 보였다.어둠 속에서 차들이 지나고 자전거가 달린다.춥고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은 그 공간에누군가가 살고 있었다.P.95완벽하게 좋은 순간, 그것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나 자신에게 유익한 것인지.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억은 스러져가는 환영을 잃어버리지 않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P.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