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곳에 있는 우리들은 황혼처럼 쇠락해 가는 한물간 무리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잿빛머리, 잿빛 가슴, 잿빛 꿈, 나 자신도 슬프고 외로운 존재였고, 내 곁에 있는 이 여인도 인생의 쓰라린 고통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 P127
어쩌면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그럴 수 있는데 그래도 분명한 건 그렇게 해서 지나온 날들에 대해서는 어쨌건 알게 된다는 것이다.P.147
어떤 말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해지고 누군가의 얼굴은 흐릿하게 지워짐으로써 더 정확히 지시할 수 있다.P.188
소설이 이미 길의 지도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해서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이들이 숨어서 읽고 쓰는 것이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P.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