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뾰족뾰족한 털이 나 있는 기분이야. 안을 찌르는, 숨쉴 때마다 따갑고 뻣뻣한 털이 오므라들었다가 솟았다가 해. 뽑고 싶은데 그 끝이 핏줄이랑 연결된 기분이야. 하나 뽑으면 핏줄까지 딸려 나와서, 줄줄이 나와서, 심장까지 다 뽑힐 거 같아. - P27
기다리는 것도, 그리운 것도, 찾는 것도, 후회하는 것도, 보고 싶은 것도, 증오하는 것도 아닌 마음. 설명할 수도 표현할 방법도 없는 마음. - P27
[함장님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진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진실은 때때로 가장 행복한 순간을 앗아갑니다.] - P105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에 관한 글을 쓰지 않고 우사인 볼트가 육상에 관한 글을 쓰지 않고 우리 엄마 복희가 요리에 관한 글을 쓰지 않듯, 가왕들은 노래에 관한 글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잘하느라 바쁘다. - P8
우리는 그런 순간을 알아볼 수 있다. 겪으면서도 아쉽다. 흔치 않아서. 영영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서. 시간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좋은 곳에서만 계속 멈춰 있을 수는 없다. - P134
자주 막막한 기분으로 한숨 짓던 나에게 "너무 걱정 마. 앞으로는 계속 좋아져."라고 귀띔해주고 싶다. 해결도 안 되는 근심으로 잠 못 이루던 나에게 걱정은 줄이고 좀 더 재미있게 하루를 보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진짜 그러고 싶다. - P209
죽음에 가까워지는 순간의 감각을 알고 있다. 그건 모든 것들이 나와 멀어지는 기분이다. 모든 공간에 일어나는 일들이 전부 나와 관련 없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 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