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새는 다리미가 인생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졌다. 눈물 방지 테스트를 통과한 인생입니다. 그런 스티커가 붙어 있어도 끝내는 울게 된다.P.35
무주는 헤아리기 어려운 마음을 갖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고 속이 비치지 않는 바다와 같다. 무주는 마음을 말하지 않았고 묘사도 하지 않았다. 간혹 무슨 말을 하더라도 눈동자와 표정에서는 어차피 전해지지 않을 거라는 어두운 전망이 보였다. 말해보라고, 설명해보라고 채근하면 곤란한 표정을 짓다가 그저 나를 꼭 안아줬다.P.101-102
하지만 그는 영영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의 비천함은 오직 그가 하루를 온전히 홀로 생존하지 못하는데에서 온다는 것을,P.11
그 말은 결코 물에 녹지않는 모래처럼 가슴속 어딘가에 내려가 쌓였다. 일부러 휘젓지 않으면 흙탕물은 생기지 않는다.P.396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순간 아주 서늘하고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건 어떤 예감에 가까웠다. 저 애들과 나 그리고 경진이를 서로 다른 곳으로 데려갈 작은 비틀림. 틀어진 방향과 시간의 동력이 만들어 내는, 전혀 다른 공간에 대한 직감 말이다. P.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