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신호가 없다는 게 위안이 될 때도 있다. 왜냐하면⋯⋯ 불행의 신호를 미리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그리 많지도 않거든." - P246
혐오는 어디에나 있어. 내게도 있다. 나는 실은 많은 순간 내 이웃을 혐오하고 먹는 입을 혐오한다. 하지만 그걸 남에게 드러낼 권리가 내게는 없어. 그런 건 누구에게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그걸 한다. - P17
나는 생각했다. 지금 있는 것들은 모두 무언가의 잔해 위에 있다는 생각. 어쩌면 마음도 마찬가지 아닐까. 마음의 단면을 잘라보면 나를 통과해간 기억과 감정의 잔해들이 켜켜이 쌓여 있을것이다. 그 단층을 관찰하고 소환하는 과정에서, 이미 사라진 것들은 다시 ‘지금, 여기‘의 일부로 새롭게 모양을 만들지 않을까. - P33
이 글을 쓰는 나는 소설을 쓰는 내가 아니니까 이유가 궁금하지 않다. 이유를 생각하는 것으로 이유를 만들어주고 싶지 않아 그저 게으름을 생각할 뿐이다. 혐오라는 태도를 선택한 온갖 형태의 게으름을. - P72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눈물이 흐르면 슬프다. 주방 창 너머의 마른가지가 바람에 잘게 흔들렸다. - 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