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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게놈 - 백만원으로 백세까지 산다면? - 이제부터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한다
케빈 데이비스 지음, 우정훈.박제환.금창원 옮김, 김철중 감수 / Mid(엠아이디)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영화 '가타카'는 현실이 될까? 지난 2000년 최초로 인간 유전자 전체가 분석된 이후 반도체 산업에서의 '무어의 법칙'보다 더 빠른 속도로 유전자 분석 속도와 비용이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던 크레이그 벤터가 예언한 1,000달러 유전자 분석도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처음 10년에 걸쳐 30억 달러가 들었던 인간 게놈 판독이 2007년 DNA이중 나선 구조를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의 유전자를 분석할 땐 100만 달러로 내려갔으며 이후 꾸준히 낮아져 원가만으로는 1,000달러 대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 유전자 사업에 대해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과학자들이 계속 도전하고 있고 사업적 가능성을 보고 벤처 자금이 몰리고 있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미 몇몇 생명공학 회사들은 유전 정보 분석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구글의 창립자 중 한 명인 세르게이 브린의 아내 앤 보이치키가 운영 중인 '23앤드미'는 현재 399달러에 전체 유전자의 1% 정도를 분석해준다고 한다. 겨우 1%지만 30억 개의 유전자 코드 중 600,000개나 되는 정보량이다. 유전적 상관관계가 비교적 알려진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등의 질병에 대해 유전자 변형 여부를 진단하고 발병 확률 등의 정보를 서비스 한다고 하는 데 이 회사는 유명인들이 참여한 ‘침뱉기 파티’ 행사로 미국 내 언론에서 소개되어 유명해졌다고 한다. 유전자를 얻는 방법으론 면봉으로 볼 안쪽을 살짝 긁어내는 방법부터 침(타액)을 이용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영화에선 머리카락을 이용하지만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나 마시고 난 종이컵 등을 통해서도 유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건데 개인 유전 정보 침해라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길 소지도 다분해 보인다.
유전자 분석이 생물학과 생물학자들에 한정된 이야기 같지만 그렇지 않다. A,G,T,C 단 네 개의 코드로 이루어진 DNA구조를 여러 부분으로 잘라 증폭시켜 읽어내든, 분자에 태그를 붙여 읽든, 전자기적 방법으로 읽어 들이든, 결국 판독된 30억 개의 유전코드를 정보화 하고 검색하는 등 이를 서비스 하는 데는 엄청난 정보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보산업(IT)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한다. 구글이 23앤드미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가 단순히 브린의 부인 회사이기 때문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곧 1,000달러에 자신의 완전한 유전 정보를 DVD에, 또는 USB메모리에 담아 가지고 있다고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쩌면 수백 혹은 수십 달러 이내로 가능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제 자신의 유전 코드를 가지고 구글 검색을 이용해 유전 정보를 확인하거나 위키피디아처럼 제공되는 유전자 백과사전 사이트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을 날도 가능할 수 있다. 진료를 받으러 의사를 만나러 갈 때 유전자 상담은 기본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유전 정보 서비스로 치매나 암, 심장병 등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형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해도 현재로선 예방의학 수준에서 접근이 가능한 정도고 이 유전 정보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아직은 불확실하기만 하다. 미국 내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고 정부 차원에서 이들 유전자 서비스 업체들에 대한 규제도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아직까진 유전 정보 서비스로 얻을 것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는 뜻이다.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정기 검사를 통해 예방하거나 조기에 치료할 수 있다면 의료비도 절감하고 더 건강한 삶을 살도록 할 수 있지만 치료가 불가능한 치매 같은 경우 유전자 변형을 발견했다 해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히려 확률에 불과한 수치로 인해 불안 때문에 삶이 더 고통스러워지는 건 아닐까? 현재는 예방의학 차원에서 상업화 되고 있지만 일부에선 유전자 몇 개를 검사해 자녀의 재능을 알려준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광고를 하는 업체도 등장했다고 한다. 이제 인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한 외부에서 온 질병에 목숨을 잃는 경우는 드물어지고 있다. 반면 각종 암과 심장병, 비만과 당뇨로 인한 합병증, 치매 등 유전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질병이 인간의 최대 위험으로 떠올랐다. 유전자 정보를 안다고 해서 우리 세대의 삶이 극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데이트 상대나 배우자를 찾을 때 상대방의 유전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고 불임부부를 위해 개발된 체외수정을 통해 여러 개의 수정란 중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가장 적합한 수정란을 선택하게 할 가능성은 어떨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상상한다는 건 흥미롭지만 불안하기도 하다.
더불어 이 치열한 게놈 전쟁에서 한국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주로 미국 내 생명공학 연구와 기업들을 다루고 있지만 아시아에선 중국의 베이징 연구소와 함께 한국의 서울대 연구소 등도 언급되고 있고 전체 유전자가 판독된 소수의 사람 중에는 한국인도 2명이나 된다고 한다. 한국이 유전자 분야에서 앞서간다는 소식은 놀랍고 반갑지만 정치적, 윤리적인 문제와 이에 대한논의는 어디로 간 걸까? 이제 우리도 개인 유전 정보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아직도 '가타카'의 세상은 머나 먼 오지 않을 미래일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