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라면 왜 그토록 따분해 보일까. 인정이라곤 하나도 없는 딱딱한 어휘와 수치, 그래프, 통계자료, 잘난 척 이런 이미지들이 고착되어서 인지 재미없는 분야로 일찌기 인식되어 버렸다.
그러나, 살다보니 돈에 얽매이고 마치 돈을 위해 사는 것 같이 되어버리니 새삼 비굴해 지고 만다. 경제니 투자니 하는 말에 솔깃해지는 건 다 험난한 세월탓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 심리학과 경제학을 접목했다고 들어서 어줍잖은 생각으로 '행동경제학'이니 스키너의 '행동심리학'과 경제학을 묶었나 보다 했다. 그런 오해와 편견은 서문과 목차를 읽으면서 곧 해소되었지만 다소 우스운 상상이 되어 버렸다.
행동경제학이란 아담스미스, 리카르도 같은 초기의 거장으로 부터 이어져온 전통적인 주류경제학의 문제점을 인식하는데서 부터 시작한다.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표현하기엔 어떤 천재라도 부족하지만 모델을 구성하고 시험해 보기 위해선 그런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시장과 경제인을 이상화시켜 모델화 시킨것이 우리가 배워온 주류경제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로 넘어오며 복잡성은 더더욱 증가하고 잘못된 예측은 엄청난 파국을 불러오는 등 주류경제학에 대한 회의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때에 맞춰 인간에 대한 심리적, 신경학적 연구가 거듭되고 성과가 나타나면서 이상적인 모델로서의 경제인이 아닌 감정적인 의사결정을 선호하는 경제인이라는 모델이 대두되기에 이른다. 그래서 이 책에선 행동경제학을 심리학 + 주류경제학 + 게임이론 + 진화생물학 + 신경학을 하이브리드시킨 퓨전학문으로 규정한다. 다행히 이 책은 이런 광범위한 학문을 아울러 복잡한 과정을 수치화시킨 어려운 난제들을 다루지는 않고 일반인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적인 정의들만을 다루고 있다.
폰 노이만에 의해 수학적 모델이 확립된 게임이론의 경우 수학적으로 너무 복잡해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지만 개념만은 '죄수의 딜레마'모델이라는 게임이론을 통해 우리도 익히 알고 있고 심리학 및 진화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바로 이 '죄수의 딜레마' 모델의 다양한 확장 버전들이 수학적 패러독스를 이루면서 현실과 논리적, 합리적 의사결정의 차이를 만들게 된다. 인간이 논리적인 판단에 의해 경제행위를 할 것 이라는 주류경제학의 이상적 모델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죄수의 딜레마' 모델에서 출발해 심리학과 인간두뇌에 대한 전자기적 탐사를 통한 신경학적, 인지학적 성과들을 결합해 인간의 심리패턴과 의사결정 패턴을 실질적으로 기록해 가는 과정은 흥미롭다.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너무 방대한 내용을 개념적으로 요약하다 보니 이야기의 느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요약된 노트를 본 듯이 전체적인 조감 보다 부분부분이 주는 흥미가 단편적으로 퍼져 있는 듯 하나로 뭉쳐서 확립되지 않았다. 각각의 흥미로운 분야를 하나로 합쳐서인식한다는 건 쉬운일은 아니겠지만 보다 유기적이고 유연성있게 구성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