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서둘러라 - 샘터와 함께하는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재순 지음 / 샘터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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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만날 때, 우리는 그 속에서 많은 간접적 경험과 교훈과 지식을 얻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허무할 정도로 아쉬움을 많이 남기며 실망감을 안겨줄 때도 있다. 그것은 글 쓴 사람의 유명세도, 책의 두께나 가격이 책정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같은 글이라도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감동이 전해져 오는 것이 아닌 것처럼, 글을 통해 내가 그 글을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그 글이 주는 파장과 크기는 확연히 다르다. 그런 점에서 월간 <샘터>의 만남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평범한 삶이 많이 녹아 있어서인지 더욱 자연스럽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더군다나 <샘터>를 마무리하는 화룡점정과도 같은 뒤표지글은 책을 덮은 후에도 항상 우리를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며 쉽사리 책을 떠나지 못하는 여운을 안겨준다. 이러한 <샘터>의 주옥같은 뒤표지글만 모은 책이 이번에 나왔는데, 샘터에서 출간한 '김재순'님의 <천천히 서둘러라>이다.

 

책 제목 <천천히 서둘러라>는 얼핏 보아도 상당히 모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서두르지만 전후좌우를 꼼꼼히 따져보고 내가 무엇때문에 서두르는지 분명하게 인식하라'라는 뜻을 담고 있는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이 말은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좌우명으로도 아주 유명하다. 하지만 내가 딸아이에게 자주 말하는 "제대로 빨리빨리"라는 말과 참으로 많이 닮은 듯 하다. 빨리 일을 끝내더라도 제대로 꼼꼼히 일처리를 하라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나의 말에 나 스스로도 그 모순성에 피식 웃을 때가 있는데,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나의 성격과  아우구스투스의 성격과 작가의 성격까지 닮은 점이 있음을 조금 엿볼 수 있어서 공감의 미소를 짓게 되었다.

 

'김재순'님은 <샘터> 창간자이자 43년간 <샘터 > 뒷표지글을 써 오신 분이다. 여러 차례의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을 역임했다는 그의 경력보다는 4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매달 한 페이지씩 샘터 뒤표지를 마무리 해 왔다는경력이 나에게는 더 화려하고 멋지게 보였다. 책을 볼 때 나는 앞표지와 뒷표지를 꼼꼼히 살피고, 머릿말과 차례까지 모두 확인한 후 본문으로 들어간다. 본문을 본 후에는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 책을 덮고 다시 한 번 뒤표지를 보는 습관이 있다. 대개는 뒤표지에 유명인의 추천사나 본문의 핵심적인 글귀가 적혀있는 경우가 많은데, <샘터>의 뒤표지에는 그 누구의 추천사나 본문의 내용이 아닌 '김재순'님의 글이 한페이지 가득 차지하고 있어서 매번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래서 그 글에 더 호기심이 가고, 더 열심히 읽게 되고, 기억해 두려고 애쓰게 되는 것 같고, 더불어 <샘터>에 대한 애정도 커지는 것 같다.

 

이번에 출간된 '김재순'님의 <천천히 서둘러라>에서는 1992년부터 2013년 동안의 뒤표지글을 담고 있다. 특히 최근 7년간의 내용 위주로 편성되어 있어서 다시 만나는 반가움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그런지 샘터 뒤표지글로 만날 때보다는 감흥이 적은것 같은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몇가지 글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노대인이란,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좀처럼 실언을 하지 않고 허례허식이 없는 큰 어른을 부르는 말이다. "술을 마시려면 노대인과 마셔라. 이는 십 년 동안 책을 읽는 것보다 낫다"는 말도 참 인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2008.7) - p.12

 

마하트마 간디나 마틴 루서 킹 목사, 넬슨 만델라와 같은 인물들이 보여 준 '정' 카리스마가 있다. 이들은 추종자들에게 끊임없이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만약 이러한 '정'의 카리스마가 없었더라면 세계는 얼마나 불행한 상태가 되었을까. 나는 과연 주변에 플러스 기운을 퍼뜨리는 사람인지, 마이너스 기운을 퍼뜨리는 사람인지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으리라. (2009. 12) - p.24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 것이다. 어떤 친구든 나의 인생에 반드시 도움이 된다. 서로 나눌 것이 많을수록 배우는 것도 많다. 상대에게 무엇인가 조그만 것이라도 물심으로 주고 싶어 하는 마음 - 그것이 우정의 씨앗이 아닐까. (2008.11)  - p.92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 마거릿 대처 (2013.6)  - p.99

 

진정 나의 삶을 사랑하려거든, 삶을 즐기려거든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것을 잊지 말자. '자신의 죽음도, 가까운 이의 죽음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성실한 삶의 방법이다' (2009.4) - p.149

 

행복의 비결은 이렇다. 무엇에든 미치는 것이다. 바쁜 사람일수록 건강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리라. 그래서 나는 알랭의 말에 공명, 공감한다. 우리는 행복이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재료와 힘을 자신 속에 지니고 있으면서도 기성품의 행복만을 찾고 있다 - 알랭 (2008.5)  - p.173

 

인생에 있어서 신뢰할 수 있는 멘토가 있다면 인생을 설계하는 데에 아주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멘토 만큼이나 내 인생을 바꿔줄 만한 소중한 말 한마디를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아주 큰 행운이고 재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작은 글이 모여서 완성된 책 <천천히 서둘러라>에서 누군가는 인생의 큰 의미를 찾거나 깨달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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