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일곱째를 낳았어요 샘터어린이문고 41
김여운 지음, 이수진 그림 / 샘터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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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딸아이가 하나 있다. 꼭 하나만 낳아 잘 길러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아이들이 많은 집이 부쩍 부럽게만 느껴진다. 9년째 동생을 낳아달라는 울 딸의 원대한 소원도 있지만 형제, 자매끼리 토닥 토닥 거리며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을 보자면 자식이란 또 하나의 커다란 마음의 재산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이렇게 잔잔히 요동치는 내 마음에 돌을 던진 책이 있으니 바로 샘터사에서 출간된 <엄마가 일곱째를 낳았어요> 이다.

 

<엄마가 일곱째를 낳았어요>는 김여운의 글에 이수진의 그림이 덧붙여져 만든 아기자기한 책이다. 특히, 책제목만 보고서도 가족의 사랑을 다룬 읽기 쉬운 아동용 도서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책제목에 '빵~' 터지면서 얼른 읽고 싶게 만드는 작은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술과 음악을 좋아하는 인쇄소집 사장님인 아빠 용철씨, 다정하고 부지런한 멋쟁이인 엄마 창숙씨, 그리고 동희, 서희, 남희, 복희, 가희, 나희 여섯 자매가 한 집에 오손도손 살고 있다. 대대로 아들이 귀한 딸부잣집이었던 이곳에 일곱째가 태어났는데 일곱째 역시 딸... 일곱째는 아들이라고 굳게 믿었던 부부에게 또 다시 딸이 태어나자 강 건넛마을 아들만 여섯을 낳은 집의 일곱째 아들과 바꾸자는 대풍식당 할머니의 말과, 자식이 없어 유난히 인쇄소집 딸들을 예뻐했던 여운봉 선생님의 부탁은 이들 부부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이를 막기 위한 여섯 자매의 소박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시작되고, 막내 다희는 운명도 바뀌게 된다.

 

<엄마가 일곱째를 낳았어요>는 딸 일곱에 아들 하나, 여덟 남매의 둘째로 태어났다는 작가의 가족 구성과 많이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이야기를 구석구석 많이 담아낸 듯 하기도 해서 더 정겹고 진실감마저 느껴지는것 같다. '어른들의 결정에 여섯명의 꼬마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자신들 나름대로의 특기를 살려 글을 쓰고 연극을 꾸미는 모습은 동생을 지키려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어 대견하기도 하고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특히 아이들이 꾸민 연극 무대는 설화 <바리데기(바리공주)>를 일곱자매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어서 이야기 속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었다.

 

부모 강좌를 듣다보면 부모들도 자격시험이 필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나 또한 한때 그 누구보다도 이 말에 찬성을 했던 한 사람이기도 하고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뿐만 아니라 많은 공부를 해야 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엄마가 일곱째를 낳았어요>를 읽으면서 그냥 생긴대로 낳아 기르던 우리의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들의 시대를 돌이켜 보면 부모 자격시험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책에서처럼 가족을 품을 수 있는 사랑이 아닐까? 다만, 그것이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왜곡된 사랑의 길로 가지 않기를 바라며 나 또한 스스로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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