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마, 넌 호랑이야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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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나의 기억 한 모퉁이에는 어린이날 이모의 손을 잡고 동생과 함께 동물원에 간 일이 어렴풋이 자리잡고 있다. 그때는 부모님이 아닌 조금 더 젊고 예쁜 이모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마음이 들떴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가 수술 후 아파서 움직이지 못한 상태에 어린이날을 맞아 부모님 대신 이모가 함께 해 준 거였다. 나의 어린이날에 대한 기억이 이렇게 동물원과 함께 하듯 누구나 동물원에 대한 작은 추억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지금 울 딸에게는 어떤 추억이 저장되고 있는지... 지난 주말에 우리 가족은 어린이 대공원에 잠시 다녀왔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일년에 한두번쯤은 가게 되는 곳... 특히 울 딸은 동물원의 먹이 자판기에서 뽑아낸 천원짜리 동물 먹이로 초식동물들에게 먹이를 직접 먹여주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동물들이 귀여운 눈망울로 다가와 긴 혀로 손바닥을 핥고 가면 축축하고 찝찝한 느낌은 들지만 기분은 좋단다. 울 딸에게는 이러한 작은 경험들이 동물원에 대한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될까?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렇듯 볼거리와 놀거리뿐만 아니라 추억까지 만들어주는 동물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사람의 시각이 아니라 동물의 시각에서 동물들의 마음을 대변한 책이 있어서 눈길이 갔다. 바로 샘터에서 출간된 <잊지마, 넌 호랑이야>이다. <잊지마, 넌 호랑이야>는 동화 작가 김은의, 이미지, 박채란이 함께 집필하는 모임 '날개달린연필'에서 글을 쓰고, 박정은, 강재이, 이한솔의 그림으로 엮어진 책이다.
 
 
<잊지마, 넌 호랑이야>에서는 세가지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동물원에서 태어나 몸이 약하고 못생긴 시베리아 호랑이 '천둥'의 이야기를 담은 첫번째 이야기 '못생긴 호랑이, 천둥', 사육장에 살던 '갑돌이'와 드넓은 습지에서 자란 '갑순이'가 부부의 연을 맺고 호수 공원 안 작은 새장에 갖혀 살게 되면서 날고 싶지만 날지 못하는 새가 되어버린 두루미 이야기를 담은 두번째 이야기 '날고 싶은 두루미, 갑돌이', 아프리카의 푸른 초원에서 잡혀온 꽁이와 서커스단에서 태어난 산이 두 코끼리의 이야기를 담은 세번째 이야기 '동물원을 떠난 코끼리, 꽁이와 산이'...이렇게 호랑이, 두루미, 코끼리 세 동물들의 아픔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세 동물들이 말하고자 하는 공통된 주제는 고향과 자유이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인위적인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고향으로 되돌아가서 마음껏 움직이며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원하고 있다. 한때 역사를 돌아보면 미국에서는 아프리카의 흑인을, 일제시대에서는 한국인을 동물원 우리에 가두고 돈을 받고 구경시키면서 인간을 인간이 아닌 동물 취급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아프리카 흑인과 한국인은 동물원 우리에 갖혀 지내는 동안 고향에 돌아가서 자유를 누릴 수 있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랬을까? 그렇게 본다면 지금 동물원에 갖혀 있는 수많은 동물들도 이 책의 내용처럼 어쩌면 비슷한 마음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동물애호가가 되어 지금 당장 동물원을 없애고 모든 동물들을 고향으로 보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프리카의 세랭게티 국립공원처럼 드넓은 초원에서 다양한 동물들이 무리를 이루며 자신들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경의롭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우리가 동물들을 잡아 가두고 동물원을 만든 이상 우리는 이들을 조금 더 잘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될 것이고, 무엇보다 동물들을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객의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물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모색하는 길이 필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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