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푸른도서관 53
문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고려인, 까레이스키... 가끔 TV 특집 방송을 통해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고 있는 고려인의 모습을 보면 역시 우리와 같은 핏줄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런 그들이 왜 러시아에 가서 살게 되었으며 해방을 맞이하고 나서도 왜 돌아오지 못하고 그곳에 정착하고 살게 되었는지 막연한 의문을 지니고 있었는데 오늘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이라는 책 한 권으로 역사속에 뭍혀져 가고 있는 그들만의 아픔을 새롭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푸른책들에서 출간된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은 '문영숙'님의 작품으로, 1937년 까레이스키들이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시점부터 1956년 무렵까지의 삶을 그린 이야기이다. 역사를 바탕으로 그려진 내용이라서 그런지 읽는 내내 더 사실처럼 가슴에 무겁게 다가왔고, 무엇보다 일제 강점기라는 아픈 시대에 벌어진 우리 민족의 또 다른 아픔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한 소설이었다.

 

소련의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신한촌에 살던 까레이스키들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오르게 된다. 추위와 배고픔, 질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가면서 도착한 곳은 허허벌판의 우슈토베 지방... 주인공 동화는 이곳에 오는 열차 안에서 엄마와 갓 태어난 동생을 잃게 되고 , 우슈토베에 도착해서도 오빠와 할아버지마저 곁을 떠난다. 동화 곁에 남은 사람은 함께 이주당한 까레이스키들과 어디에 살아 있는지 소식조차 모르는 아버지뿐... 아버지를 꼭 찾아서 고향 땅에 돌아가리라는 희망을 품고 하루 하루를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그러나 20년이 흘러서야 유형 기간이 끝나고 공민증을 돌려 받을 수 있었고, 아버지는 이주 전에 즉결 처형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 모든 희망이 사라지고 절망만이 느껴진 동화 앞에 희망으로 자라나는 자신의 아이들을 보게 되고, 까레이스키의 벽을 넘는 동화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어린 여학생이 겪기에는 엄청난 비극이었다. 단 몇일 사이에 모든 가족을 잃고 남의 땅에서 추위와 배고품과 싸워가면서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억척스러울 정도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가족을 만나 고향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동화의 용기있는 모습 속에서는  우리 민족의 신념과 강인함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이 평화로움을 누리고 있는 것도 그러한 노력들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더욱 소중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 가족이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다.

 

이주 정책에 따른 까레이스키 이주자의 수는 총 36,422가구 171,781명이나 되었고, 현재 까레이스키는 독립국가연합 전역에 55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위성 국가들의 민족주의에 의해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다니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요즘 청소년들은 까레이스키가 무엇인지, 그 존재 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까레이스키들이 왜 생겨났는지, 그리고 그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만이라도 최소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우리 역사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도 우리의 또 다른 의무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은 청소년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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