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 빈처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41
현진건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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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근대 단편소설이라면 김동인, 김유정, 나도향, 염상섭, 이상, 이효석, 최만식...등 많은 작가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거기에 빠질수 없는 또 한명의 작가를 꼽으라면 바로 '현진건'이 아닌가 싶어요. 요즘은 입시만을 위해 학생들이 요약본으로 정리된 소설을 많이 보기도 하지만 저희때만 해도 한국 문학을 몇 권 읽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되었었고, 저 또한 학창시절에 세계 문학과 더불어 한국 문학에 빠져 책장에 전집을 진열해 놓고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2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오늘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나보는 기회를 가졌답니다. 바로 '푸른책들'에서 출간된 '네버엔딩 스토리' 시리즈 중에서 41번째로 출시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 빈처> 입니다.

 

<운수 좋은 날 / 빈처>는 2부로 나뉘어 구성된 현진건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랍니다. 1부에서는 <빈처>, <술 권하는 사회>, <희생화>를, 2부에서는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 레터>, <까막잡기>, <고향>, <할머니의 죽음>... 이렇게 총 8편의 단편소설을 만나볼 수 있었어요.

 

현진건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에 <희생화>를 처녀작으로 문단에 데뷔하여 활동한 작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 속에서는 그 시대의 모습을 상당히 잘 엿볼 수 있는것 같아요. 외국에서 공부하고 왔지만 가난한 무명작가로 생활하며 가진 것을 팔아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아내를 지켜보는 남편 이야기 <빈처>, 일제 식민지 하에서 변화시킬수 없는 현실에 점차 술 주정꾼으로 변해가지만 이는 몹쓸 사회때문이라는 <술 권하는 사회>, 신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지만 부모의 정략결혼과 봉건적인 사회로 인해 도피와 희생으로 무너진 사랑 이야기 <희생화>, 가장 운수가 좋은 날에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인력거 꾼의 이야기 <운수 좋은 날>, 위선적인 인간상을 보여주는 <B사감과 러브 레터>, 흔적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폐허가 되어 버린 고향을 찾아온 남자의 사람살이 이야기 <고향>... 등을 읽으면서 단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글 속에서 시대적 배경으로 인한 가난한 서민들의 생활상과 그로 인한 고단함과 아픔을 엿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사실주의에 입각하여 당시의 현실을 아주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그의 글에 새삼 감탄이 절로 나왔답니다.

 

이번에 이 책을 새로 읽으면서 특히 그 시대에만 주로 사용했던 말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웬만하면 주석을 보지 않고 이해하려고 고민하고 있으려니 옆에서 그렇게 고민하면서까지 왜 책을 읽냐고 핀잔을 주더라구요. 하지만 전 그 고민하는 시간이 오히려 즐겁게 생각되었답니다. 예전에 읽었을 때에도 이랬나 싶을 정도로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하였구요. 대부분 한자어가 많아서 어렵기도 하였지만 그 속에서 틈틈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예쁜 우리말을 만나볼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어쩌며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마치 딴 세상의 글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라나는 많은 아이들이 우리의 한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런 소설을 통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간접적으로 느껴보며, 이해하고, 기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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