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푸른도서관 50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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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의 이름 앞에는 늘 '이 시대 최고의 아동 청소년 문학 작가'라는 호칭이 따라 다닙니다. 물론, 1984년 '새벗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한 이후로 '소년 중앙 문학상', '계몽사 아동 문학상', '소천 아동 문학상' 등을 통해서 작품을 인정받은 것도 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국어> 교과서를 통해 <배우가 된 수아>, <구아의 눈>, <너도 하늘말나리야>, <주머니 속의 고래> 등 어린이와 청소년의 심리에 잘 접근한 작가의 좋은 작품들을 쉽게 접해 볼 수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그 부모들까지... 정말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금이' 작가의 이름만 보고서 책을 접하기 시작하였는데 단 한권의 책을 읽고서 바로 감동을 받아 팬이 될 정도로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사람의 심리 묘사가 뛰어난 그녀의 작품으로 인해 아이들이 보는 책들은 자칫 유치할 수 있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게 해 준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 '이금이' 작가의 따끈한 최신작 <신기루>를 반가이 만나보게 되었답니다.

 

<신기루>의 '차례'를 보면서 참 이상하다 싶었어요. 6일간의 시간을 담은 전체 글이 하나의 내용이지만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전개되어 있더라구요. '왜 굳이 이렇게 나누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하였는데 2부로 들어서면서 감탄과 함께 비로소 이야기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짐을 느낄수가 있었어요. <신기루>는 딸 다인이와 엄마 숙희의 몽골여행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소설에서 보아왔던 식으로 같은 시간대의 서로 다른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고비 사막에서 '신기루'를 보는 기점을 중심으로 해서 '신기루'를 보기 전까지인 1부에서는 열다섯 살의 딸 다인이의 시선으로, '신기루'를 본 후의 2부에서는 다인이의 엄마 숙희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구요. 다인이의 시선에서 엄마의 시선으로 넘어가면서 누구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한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어요. 특히, 2부에서 엄마가 화자로 나올때는 저도 조금 놀랬었는데, '이금이' 작가가 밝혔듯 어른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번 작품 <신기루>가 거의 처음이라고 하네요.

 

1부의 화자인 열다섯 살의 다인이의 시선 속에서는 늘 공부잘하는 '예스맨' 오빠만 챙기는 '아들바보' 엄마의 모습이 있습니다. 늘 오빠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은 자신의 처지가 비교되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애인을 닮은 꽃미남 가이드와의 설레이는 만남에 사사건건 방해꾼 역할을 하는 엄마가 못마땅합니다. 2부의 화자인 엄마 숙희는 자궁암 초기 진단을 받고 몽골로 여행을 오게 됩니다. 몽골의 고비사막에서 마난 '신기루'를 기점으로 지금껏 부정하고 싶은 친정 엄마의 자살, 친구 춘희가 품고 있는 미지에 대한 영역의 시샘과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 그리고 자신이 꿈꾸던 미래와 다른 꿈을 꾸는 아들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그동안 자신이 기를 쓰고 잡아왔던 모든 것들이 신기루처럼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갈 길을 몰라 헤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늘 부딪히기만 하던 두 모녀는 돌아오는 길에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 또한 딸 다인이가 되었다가 엄마 숙희가 되었다가 했어요. 하지만 제가 초등학생 딸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솔직히 엄마의 마음이 더 안스럽게 느껴지기는 하더라구요. 특히 인생의 중반을 거치면서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보니, 늘 나 자신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한 나의 모습에 이제는 더 이상 '나'라는 존재가 없어진 느낌이 들면서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였구요. 내가 가지 못했던 길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들어서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다인이의 엄마에게서 나를 찾은 느낌도 들었답니다.

 

모녀는 정말 특별한 느낌이 있는것 같습니다. 저도 딸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는데,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친구이면서 동시에 동지애와 같은 묘한 느낌이 듭니다. 오늘 <신기루>에서 딸의 입장과 엄마의 입장을 동시에 들여다 보면서 세월의 변화와 함께 딸이기도 하고 엄마이기도 한 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구요. 저 또한 고비사막의 신기루를 함께 만난 것처럼 마음의 울림을 느낄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기에 앞으로 생각과 감정을 숨기기 보다는 나의 엄마와, 그리고 나의 딸과 나누면서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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