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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ㅣ 동화 보물창고 44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에델 프랭클린 베츠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세월이 지나갈수록 무뎌지는게 있다면 그 중의 하나가 상상력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어릴적부터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지고 어른이 되어서는 조직사회에 적응하다 보니 더욱 상상력이 감퇴되어지는게 아닌가 싶어요. 저 또한 상상력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릴적 많은 책들을 통해 상상력을 더욱 넓혀 갔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 중에서도 저를 참 많이 자극한 책이 아주 어릴적 읽었던 미국의 작가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의 <소공녀>와 조금 더 커서 읽었던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머리 앤>이었어요. 이 두 책은 여류작가가 지은 책이라는 점, 주인공에게 유난히 상상력이 풍부하였다는것, 그리고 힘든 상황속에서도 고난을 헤쳐나가는 긍정적인 힘이 있다는 것 등의 공통점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동안 독자들에게 변치않는 사랑을 받아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을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소공녀>는 명작동화 '신데렐라'와도 유사한 느낌의 이야기로, 오늘날에도 비슷한 테마를 가진 드라마가 꾸준히 쏟아질 정도로 사람들에게, 특히 여성들에게는 가슴설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요.
<소공녀>는 1888년 <세인트 니콜라스> 잡지에 <사라 크루, 혹은 민친 학교에서 일어난 이야기 (Sara Crewe or What Happened at Miss Minchin's)>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어 발표된 후, 1902년 연극으로 각색되면서 <소공녀 (A Little Princess)>라는 제목으로 바뀌었고, 이 과정을 거치면서 짧은 단편이 소설로 발전하여 1905년에 다시 씌여진 작품이랍니다. 저는 어릴적 이 책과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 세계명작 시리즈로도 만나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더욱 반가웠답니다.
1885년을 배경으로 한 <소공녀>는 인도에서 살던 사라가 영국의 사립학교 민친여학교에 입학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인도에서 큰 사업을 하는 아버지 덕분에 부잣집 딸로 공주처럼 살던 사랑스러운 소녀 사라는 학교에서 특별우대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사라의 생일날, 다이아몬드 광산 사업을 하던 아빠가 돌아가시고 빈털털이가 되면서 학교의 모든 뒤치다꺼리를 맡는 다락방 소녀의 신세가 되고 맙니다. 그러던 어느날, 옆집에 우연히 이사온 아빠의 친구를 다시 만남으로 해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으면서 사라는 다시 부자가 되어 행복해진답니다.
물론, 지금 보면 너무 극과 극을 오가는 신분 변화나 우연하게 만나는 아빠 친구... 등 조금은 지나칠 정도로 통속적인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기는 하지만, 125년 가까이나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작품인만큼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배울점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릴적에는 이러한 이야기 자체가 참으로 신기하고 재미있을 따름이었어요. 무엇보다 머나먼 나라의 옛이야기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공주라는 말도 참으로 달콤하고 즐거운 상상거리가 되곤 하였지요. 그런데 지금 어른이 되어서 읽어보니 참 많이 다르게 다가왔답니다. 무엇보다 공주처럼 떠받들여지지만 진심으로 공주의 마음을 가지고 공주처럼 품위있게 행동하려는 사라의 따뜻한 마음과 강인한 의지도 본받을만 하였구요. 어려운 고난 속에서도 늘 상상력을 가지고 긍정적이며 밝게 살아가려는 모습도 우리가 배워야 될 점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히 대하는 사라의 자세는 오늘날 자신보다 잘난 사람에게는 굽실거리지만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는 무시해 버리는 민친교장과 같이 약싹빠르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울림이 되리라 생각되네요...
저도 딸아이가 하나 있는데 늘 '우리 공주'라는 애칭을 사용하고는 한답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이미 누구에게는 소중한 공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딸아이에게 "공주는 얼굴이 예쁘고 좋은 옷을 입는다고 되는게 아니야. 마음이 더 예뻐야 진짜 공주인거야..."라는 말을 자주 해준답니다. 제 딸도 조금 더 커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제 말을 잘 이해할 수 있겠죠... <소공녀>의 주인공 사라처럼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이 공주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상상력을 펼치며 늘 남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진정한 공주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