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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 동화집 ㅣ 올 에이지 클래식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2월
평점 :
요즘 자라는 아이들은 과학동화, 사회동화, 수학동화, 미술동화... 등 많이 세분화 된 창의적인 책들을 다양하고 풍족하게 만나고 있지만, 제가 자랄때만 해도 세계명작동화가 단연 대세였던것 같아요. 저도 초등학교때 80여 권으로 구성된 세계명작동화를 아버지한테 선물로 받고서는 수십번 되풀이 하여 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 읽은 책들이 요즘도 그대로 나오고 있다는 점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명작동화야 말로 우리의 삶의 근간이 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 중에는 백설공주, 숲 속의 잠자는 공주,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빨간모자, 개구리 왕자... 등 제목만 들어도 모두들 아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는데, 이들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그림 형제'의 작품이라고 알고 있는 책들입니다. 이 이야기들은 얼마전 아이와 함께 <그림 형제가 들려주는 독일 옛이야기>라는 어린이 책으로 다시 만나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보물창고'에서 출간된 청소년을 위한 '올 에이지 클래식' 시리즈 중에서 <그림 형제 동화집>으로 또 다시 만나게 되었답니다. <그림 형제 동화집>은 그림 형제가 직접 창작한 순수 이야기들이 아니라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독일의 옛 이야기들을 그림 형제의 관점에서 수정하고 개작하여 최초로 책으로 펴 낸 작품이랍니다. 1812년 <어린이들과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옛이야기>가 초판으로 발행된 후 꾸준히 더해지고 다듬어져, 1875년에 마침내 211편의 옛 이야기가 7판으로 나오게 되었구요. 2005년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어 있답니다. 그만큼 <어린이들과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옛이야기>는 전 세계의 어린이를 위한 명작으로 자리 잡았을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모티브를 제공하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것 같습니다.
'보물창고'의 <그림 형제 동화집>은 대표작 19편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우선, 이야기들의 제목들을 살펴보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점이 조금 있어요. '숲속의 잠자는 공주'는 '들장미 공주', '개구리 왕자'는 '개구리 임금님', '브레멘 음악대'는 '브레멘시에 고용된 악사들', '신데렐라'는 '재투성이 아가씨 아셴푸텔' 등으로 되어 있는데 번역가의 뜻에 따라 원문을 살려서 번역했기 때문이랍니다. 조금 생소한 느낌은 들지만 원제목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어요.
<그림 형제 동화집>은 처음에 어린이보다는 어른을 염두해서 쓴 책이라서 그런지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도 가감없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편이네요. 그나마 지금은 주요 독자가 어린이다 보니 교육적인 관점에서 내용이 많이 수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만나보는 상당히 부드럽고 완화된 유아용 책과는 내용이 다른점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백설공주'에서 계모가 숯불에 뻘겋게 달아오른 슬리퍼를 신고 쓰러져 죽을때까지 춤을 춰야 했다는 결말이나, '헨젤과 그레텔'에서 마녀가 아이를 푹푹 삶거나 바삭바삭 구워서 먹는다는 표현, '라푼첼'에서 왕자의 두 눈을 고양이 발톱으로 박박 긁어 뽑아 버릴거라는 마녀의 말, '거위치는 하녀'에서 못된 시녀를 뾰족한 못이 박힌 통에 넣고 끌고 다니라는 판결, '까마귀 일곱 마리'에서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잘라 열쇠로 사용한 누이 동생, '재투성이 아가씨 아셴푸텔'에서 슬리퍼에 발을 맞추기 위해 엄지발가락과 뒤꿈치를 자른 언니들... 이러한 모습은 자유와 인권이 강화된 현대 민주주의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장면입니다. 하지만 그림형제가 활동한 19세기 초, 또는 그 전부터 구전되어 전해진 동화였다는 점을 본다면 독일이나 유럽의 옛 모습을 상당히 많이 들여다 볼 수 있는것 같습니다. 임금이나 왕비가 있던 시대, 농경사회가 중심이었고, 마녀 사냥과 같은 끔찍한 형벌이 가해지거나 아이를 버리는 사회, 문화적 풍습 등을 이야기를 통해 엿볼 수 있었어요. 이런 끔찍한 장면에 반해,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찾을 줄 알고, 목표를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 긍적적이고 밝고 낙관적인 성격, 용기를 내고 꿋꿋히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전래동화가 우리에게 물려주는 좋은 가르침인것 같습니다.
오늘도 전 세계의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은 그림 형제의 동화집을 보거나 그와 관련된 문화를 접하고 있을 겁니다. 제 딸은 아침에 '작은빨간모자'의 주인공처럼 빨간 망토를 하고 나갔답니다. "엄마, 나 빨간망토를 한 주인공처럼 예뻐? 그래도 늑대는 없다 그치..." 하더라구요. 이렇듯 이야기 한 편이 아이의 생활에 들어와서 즐거운 경험과 상상력으로 자리잡는것 같습니다. 전 이번에 <그림 형제 동화집>을 보면서 독일의 전래동화만큼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내려오는 좋은 옛이야기가 아주 많은데 그리 많이 알려지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게 많이 아쉬운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전래동화도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이 읽혀지고 사랑받았으면 참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