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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되렴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35
이금이 지음, 원유미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11월
평점 :
나이가 들수록 피부가 쪼그라드는 것처럼 눈물샘도 줄어들고 감정도 메말라가서 그런지 책을 통해 감동을 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것 같아요. 그런데 오늘 저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을 가져다 준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푸른책들'에서 출간된 '네버엔딩 스토리' 시리즈 중에서 35번째 이야기 <다리가 되렴> 입니다.
<다리가 되렴>은 이금이 작가가 쓴 책이랍니다. 이금이 작가라면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 <주머니 속의 고래>, <소희의 방> 등 아동청소년 문학에서는 워낙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구요. 그녀의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이야기로 인해 저 또한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가랍니다. <다리가 되렴>은 이금이 작가가 세상에 선보인 첫 장편동화집으로, 1987년 '계몽사 아동문학상'을 수상하면서 1988년 <가슴에서 자라는 나무>라는 제목으로 이미 세상에 나온적이 있답니다. 이 책을 2005년도에 개정판으로 내면서 작가가 처음 정했던 제목 <다리가 되렴>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솔직히 처음 책을 손에 쥐었을 때는 작가의 명성에 비해 제목이 약간 촌스럽다는 생각을 살짝 들기도 하였는데, '다리가 되렴'이라는 제목을 다시 사용할만큼 책 속에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깊은 내용이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책을 읽고서야 역시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마음이 제목으로 잘 표현되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곱 살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아빠가 방황을 하면서 은지는 서울 고모네 집에서 살았다. 그리고 5년이 지나 아빠가 찾아오면서 은지와 아빠는 시골 안터말로 내려가 함께 살기로 한다. 화가이며 미술 선생님이었던 아빠는 다시 그림을 시작하게 되고, 은지는 시골 학교 5학년으로 전학을 갔다. 안터말에는 빨간 지붕의 희망원이 있지만 희망원과 안터말 사이에 흐르는 냇물은 깊은 강물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단절시키고 있다. 그래서 은지는 자신이 다리가 되어 그들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고자 노력을 하고, 결국 아이들 스스로 마음의 다리를 놓거나 서로에게 다리가 되어 다가가게 된다. 한편, 안터말에는 30년 전부터 간직한 전쟁의 상흔이 깊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주인없는 무덤을 돌봐준 아이들로 인해 어른들도 전쟁으로 인한 갈등을 풀고 화해를 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작가의 추억 한자락을 들춰내어 지은 이야기 입니다. 작가도 실체와 상상의 구분이 모호하다고 한 것처럼 작가의 작은 경험과 추억에 상상과 생각이 덧붙여져 탄생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저는 '이금이' 작가에게 한걸음 더 다가간 느낌이 들기도 하였답니다. 어느 정도 결말은 예측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탄탄하게 잘 짜여진 구조와 섬세하면서도 간결한 글에 재미난 줄거리가 보태져서 역시 이 시대의 작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였구요. 특히, 주인공 은지의 심리묘사가 돋보였던거 같아요. 그리고 은지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의 다리가 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느낄수 있어서 넘 좋았답니다. 각박하고 메몰찬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보다는 나 자신만 중요한 사회가 되어 버렸는데, 이렇게 모든 사람이 다리가 되어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갈 수 있다면 참 따스하고 살만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