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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밖으로 달리다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6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시간여행이라고 하면 저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와 함께 타임머신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그리고 타임머신을 주제로 하였던 많은 영화들도 함께 생각나네요.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공식으로 보았을때 물체의 속도가 빛의 속도만큼 빨라질수만 있다면 이론적으로 타임머신도 가능하기 때문에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우리들은 시간여행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는 기존의 시간여행이라는 개념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시간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 한권을 만났답니다. 바로 푸른책들(보물창고)에서 출간된 <시간 밖으로 달리다> 입니다. 이 책은 미국 작가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가 쓴 첫번째 작품으로 '에드거 앨런 포 상' 후보에도 올랐을 뿐만 아니라 미국 도서관 협회 추천 도서로도 선정된 책이랍니다. 전체적으로 미국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조금 이질감을 느낄수도 있겠지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주인공의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는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만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것 같았어요.
1840년, 클리프턴에서는 디프테리아가 유행합니다. 더이상 어떠한 조치도 취할수 없을 정도가 되자 제시의 엄마는 제시에게 놀라운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1840년의 클리프턴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역사 보호 구역'으로, 이곳 사람의 모든 행동들은 바깥 세상인 1996년을 살고 있는 관광객들이 보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 '역사 보호 구역'을 제안한 마일즈 클리프턴은 현대 의료 혜택과 최소한의 지원, 그리고 원하면 그곳을 떠날수도 있도록 약속을 하였는데, 어느날 부터 상황이 바뀌어 바깥세상과는 완전히 차단되어 버리고 목숨의 위협이 가해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시는 디프테리아에 걸린 아이들과 이 마을 사람들, 그리고 가족들을 위하여 1996년인 바깥 세상으로 도움을 청하기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바깥 세상으로 나온 제시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이 살았던 클리프턴과 비교하게 됩니다. 믿고 찾아간 사람으로부터 생명의 위협까지 받게 되지만 클리프턴에 남겨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 해쳐나가는 용기를 보인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아주 예전에 '짐 캐리'가 주연한 <트루먼 쇼>라는 영화가 많이 생각났어요. 평범한 샐러리 맨으로 살아가던 트루먼의 생활이 사실은 24시간 생방송 되는 쇼였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배우였으며,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 있었다는 이야기... 참 많이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트루먼 쇼>가 한 사람을 대상으로 일생동안 펼쳐온 몰래카메라와 같은 개념이라면 <시간 밖으로 달리다>는 여러 사람들의 동의하에 만들어진 마을에 원하는 사람들이 자청해서 들어와서 과거를 살아간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공포를 극복하고 바깥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트루먼이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세상 속으로 달려 나가는 제시의 모습에서 진정한 자유를 향한 힘찬 발걸음이 용감하게 느껴지는 공통점도 있는것 같았어요.
모든 생활을 자급자족하고, 마차를 이용하고, 전기제품은 전혀 만들어지지 않던 과거에 살던 제시가 문명의 세계에 발을 디딜때 눈에 보이는 모든 세상은 놀랍고 흥미로웠지요. 바닥이 있는 땅,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자동차, 신호등, 공중전화, 주유소, 냉장고... 등 다양하고 신기한 물건들을 보면서 제시는 이런 것들이 현실 가능한 일인지 놀랍기도 하지만 자연스럽지 않고 좋은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문명이 주는 편안함의 혜택 속에 우리가 치루어야 할 댓가들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삭막해져가는 인간관계와 낯선 사람들을 의심하고 경계해야만 하는 우리의 부정적인 태도, 곳곳에 오염되고 있는 지구의 환경.. 등은 13살의 어린 제시가 짧은 시간동안 경험하면서 느끼는 것들이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자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제시의 모험을 함께 하면서 '혹시 내가 사는 이 세상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그리고 '미래는 어떤 모습이 펼쳐져 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어요. 그 세계는 과연 지금보다 더 자연스럽고 좋을까요? 아님 지금보다 더 편리함을 추구하는 대신 우리의 소중한 무언가를 또 다시 내놓아야 되는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