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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25
안네 프랑크 지음, 최지현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청소년들이 읽어야 될 세계 문학 전집에 빠짐없이 꼭 들어가는 책이 있다면 그 중에 한 권이 바로 <안네의 일기>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안네는 많은 책을 쓴 아주 유명한 작가는 아니지요. 하지만 <안네의 일기>는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 받아오며 누구나 읽어봐야 할 필독서이자 고전 소설로 자리매김 하고 있답니다. 그 이유는 안네가 어린 나이에 전쟁과 은둔생활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겪으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아낌없이 일기에 표현하였기에 이 일기를 들여다보면 전쟁의 처참함과 동시에 무의미함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따라서 저 뿐만 아니라 전쟁을 겪지 않고 자유와 평화와 행복을 누리며 자라온 많은 사람들에게 과거에 일어난 전쟁에 대한 아픔을 잠시나마 함께 나누고 미래에 또다시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생각을 심어줄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1929년 유대인 집안의 둘째 딸로 태어난 안네 프랑크...
안네의 가족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지만 독일 히틀러가 게르만 민족주의와 반유태주의를 내세우며 일으킨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많은 피해자 중의 한 가족입니다. 안네는 13살 생일을 맞이하며 받은 최고의 선물이 바로 일기장이라고 했어요. 13살 수다쟁이 소녀인 안네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진정한 친구가 없고 세상에 혼자라고 느낄 때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사춘기의 아이들이 가지게 되는 작은 감성에서 시작된 일기였지만 안네는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 깊이 묻혀 있는 모든 것들을 끄집어내어 일기장에 솔직히 표현을 하고 싶어 하였답니다. 그리고 일기장을 친구로 삼아 '키티'라고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안네의 일기는 생일 선물을 받은 1942년 6월 12일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답니다. 안네의 13번째 생일 선물은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시작된 은둔생활에서 안네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 갔어요. 은둔처의 모습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 느끼는 은둔생활의 고통과 사람들 사이에 부딪히는 힘들었던 감정, 작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 등을 담으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어요. 그래서 안네가 생활하던 장소는 괴테가 말한 "지상 천국인가, 절망의 나락인가"라는 비유가 너무나 적절히 잘 들어맞는 그러한 장소이기도 하였어요. 다른 유대인 친구들과 비교하면 천국에 있다가도 어느 순간 검은 비구름에 갇혀 있는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게 되면 희망의 끝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희망마저 1944년 8월 1일의 일기로 끝나버리고 맙니다. 약 2년 간의 은둔생활은 누군가의 밀고로 끝나고, 안네의 가족을 포함한 8명의 은신처 식구들은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지요. 안네는 아우슈비츠에서 베르벤-벨젠 수용소로 옮겨지면서 티푸스에 의해 그곳에서 언니와 함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책을 보면서 은둔생활을 하기 전에 맞이한 생일 선물로 일기장을 받은 것, 안네가 감수성이 예민하고 수다를 무지 잘 떠는 수다쟁이였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안네가 훌륭한 작가와 언론인이 되기를 꿈꾸었던 것도... 지금의 우리가 <안네의 일기>를 만날 수 있었던 이유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몇일만 빨리 전쟁이 끝을 맺었더라면 안네의 더 많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도 하네요. 실제로 안네는 전쟁이 끝나면 이 일기장을 바탕으로 <은신처>란 제목의 책을 내고 싶어 하기도 하였었는데, 이루지 못한 작가의 꿈은 가족중 유일한 생존자였던 그녀의 아버지 손에 의해 대신 이루어졌답니다.
<안네의 일기>는 제가 학창시절에 여러번 읽으면서 참 많이 가슴 아파했던 책이기도 하고, 동시에 유대인과 히틀러, 제 2차 세계 대전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 책이기도 하답니다. 그 후로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를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많이 접해보았지만 그 잔혹함을 눈으로 보기에는 참 힘들었어요. 그런데 내가 그 전쟁이라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 내가 가진 지금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만 하고, 자유와 행복과 사랑이 허락되지 않고, 거기다 인간의 존엄성이 철저하게 무시되어지고, 생명의 위험까지 느껴야만 한다면... 정말 생각만 해 보아도 암담함을 넘어서 끔찍히 고통스럽고 슬프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에는 여전히 끊임없이 분쟁이 일어나고 무기를 앞세우는 학살과 전쟁이 일어나고 무고한 시민이 피해를 당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전쟁만이 해결책인지, 우리는 그 전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 어린 소녀 안네가 겪은 일들을 통해 모두가 전쟁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