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늑대입니다만 - 어떤 늑대일까요? 불의여우 그림책
럭키 플랫 지음, 김보람 옮김 / 불의여우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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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그림책 포럼과 HB 불의 여우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번 책을 보고는 아이가 무척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내용도 재미 있었나 봅니다. 저녁에 리본 끈으로 꽁꽁 묶어둔 걸 발견했습니다.

"엄마, 이 책은 너무 재미있는 선물 책이라서 내일도 선물을 풀어보는 기분으로 짠!하고 풀어서 읽어 볼 거야." 하네요.


이 책은 속 표지와 겉싸개 부분의 표지가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렸다면 두 가지 표지를 모두 보지 못했겠죠? 저희 도서관의 경우 겉싸개를 버리지 않고 책에 붙이던데, 그랬다면 저는 속 표지를 볼 수 없었겠죠. 겉싸개의 책 제목은 <저는 늑대입니다만 어떤 늑대 일까요?>였습니다. 어떤 늑대인지 생각해보게 되는 제목이었습니다. 제목을 읽은 아이의 반응은 "늑대? 늑대는 뭐 무서운 늑대지!" 하는 반응이었어요. 여러 이야기 속에서 그리고 만화에서 봐온 늑대의 대표 이미지를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싸개를 벗긴 하드커버의 표지 제목은 <저는 늑대입니다만>이었지요. 그리고 늑대의 모습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재미도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나타나는 면지에서는 눈을 감고 늑대를 생각해보라며 아들과 저를 책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었습니다. 아주 적극적으로요! 이 페이지를 읽고 아이의 반응을 살피려는데, 책에서 말한 걸 아주 잘 듣고 있는 아들을 발견했습니다. 진짜 눈을 감고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고는 "생각 다했어!" 하고 대답을 하네요.( 오, 진짜 눈 감을 줄 몰랐는데 )

눈을 뜨자 눈 앞에 나타난 주인공 늑대의 모습에 아이는 자신의 생각과 달랐는지 갑자기 웃음이 빵!하고 터졌어요. "으하하하악!! 이게 뭐야!!" 늑대는 늑대입니다만, 어떤 늑대가 책 속에 나타났을까요?

우리가 어릴 때 책 속에서 보아왔던 고전적인 늑대는 무섭고, 잔인하고,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늑대는 무서워, 늑대는 나빠, 그래서 늑대는 결국 벌을 받게 된다는 서사 구조를 머릿속에 담고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예전 고전 문학과 관련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기 돼지 삼 형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교수님께서 "도대체 늑대가 뭘 했길래 엄마 돼지는 아기 돼지를 보고 늑대를 조심하라고 했나요? 이거 오히려 늑대가 억울한 상황 아닙니까?" 하는 말씀을 하셨어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인식의 전환... 이 일어났다고나 할까요^^; 저희 집 아들도 이 책을 읽으며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이럴 땐 정말이지...

툭툭 털고 일어나기가 힘들어요.

난 내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저는 늑대입니다만 중에서-


늑대가 이 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이도 저도 "힝~"하고 감정이 이입되었어요. 페이지를 한참 넘기지 못하고 늑대의 눈물 한 방울을 쳐다보다가 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늑대가 옆에 있었다면, 품에 안고 토닥여 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이 부분이 저에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어요. 아이는 인상적인 부분으로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보인 늑대의 모습을 뽑았습니다. 예상이 빗나간 부분이었기 때문이죠.


이야기의 끝 무렵 다시 나타난 질문. 아이는 또 성실하게 눈을 감아봅니다. 그런데 처음보다 눈 뜨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마음 급한 엄마는 "자, 그럼 다음을 넘겨볼까?"라고 말하지만 아들이 "아니아니 잠깐잠깐. 나 아직 생각이 안 끝났는데!" 하며 시간을 한~참을 끌더니 '씨익' 웃고는 생각이 이제 끝났다며 눈을 떴습니다. 아들이 머릿속에 떠올린 늑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신을 웃음짓게 하는 어떤 모습의 늑대였던 것 같습니다.

책을 덮자마자 "엄마, 나 바보가 된 것 같아. 내가 뭔가 속고 있었던 것 같아." 였어요. 책 속에 푹-빠져들었다 나온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한 줄 평을 듣고는 아이와 함께 선입견에 대하여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습니다. 누군가의 겉모습만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한 적은 없는지,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만 믿고 누군가를 평가 내린 적은 없는지 말이지요. 그랬더니 "나 급식소 선생님이 밥을 많이 주셔서 배가 많이 불러서 점심을 남겼거든? 그런데 친구들이 나보고 편식쟁이래. 매일매일 그렇게 불러. 사실 난 전부다 골고루 다 먹었는데." 하고 이야기하네요.

자신의 경험과 관련 지어 책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마도 아이에게 이 책이 많이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저의 기대 이상으로 책을 들여다보고 또 좋다고 이야기를 하네요.

반전이 있으면서 재미도 있고,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기도 하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이 럭키 플랫 작가님의 첫 작품이라고 하네요. 다음 그림책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이가 너무 좋아한 나머지 후기도 일찍 올리고 싶었어요.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책을 선물해주신 제이그림책포럼과  HB 불의여우 출판사에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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