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 대해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깬 책이다. 처음엔 조금 읽기 힘든 부분도 있었는데 읽을수록 점점 빨려들어간다. 룰루밀러의 유머와 통찰에 감탄하지 않을 수없었다. 질서를 만들고 싶고 긍정적으로 정답을 말하고 싶어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는 혼돈이며 그래서 더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여전히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이견의 핵심은 《종의 기원》에 있었다. 어째선지 데이비드와 프랜시스 골턴은 둘 다 그 결정적인 사실을 흘려버렸다.
한종을 강력하게 만들고, 그 종이 미래까지 지속하게 해주며, 혼돈이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기온 급변, 경쟁자, 약탈자, 해충의침략 등 가장 강력한 형태의 타격을 가해올 때도 그 종이 버틸 수있게 해주는 것으로 다윈은 무엇을 꼽았을까? 바로 변이다. 행동과신체의 특징에 변화를 일으키는, 유전자에 생긴 변이 말이다. - P187

"인간은 눈에 보이는 외부 형질에만 영향을미칠 수 있지만, () 자연은 외양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자연은 모든 내부 기관과 모든 미세한 체질적 차이에, 샐명의 전체 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P189

데이비드의 정서적 해부도를 쫙 펼쳐놓고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원흉은 그 스스로 상당히 자랑스러워했던 두툼한 "낙천성의 방패가 아닌가 싶다. 데이비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다 옳은 것이라고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쓴 루서 스피어는 그가 자기 자신에게 갖는 확신과 자기기만과 단호함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 강화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 P202

내가 어려서부터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써왔던 바로 그 세계관이었을 것이다.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개미들과 별들과 함께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떨어져 내리는 느낌.
소용돌이치는 혼돈의 내부에서 바라본, 차마 마주 볼 수 없을 만큼눈부시고 가차 없고 뚜렷한 진실. 너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진실을흘깃 엿본 바로 그 느낌일 것이다.
그 사다리가 데이비드에게 준 것은 바로 이것이다. 하나의 해독제. 하나의 거점. 중요성이라는 사랑스럽고 따스한 느낌.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나는 그가 자연의 질서라는 비전을 그토록 단단하게 붙잡고 늘어졌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도덕과 이성과 진실에 맞서면서까지 그가 그렇게 맹렬하게 그 비전을 수호한 이유를. 바로 그 때문에 그를 경멸했음에도 어느 차원・서는 나 역시 그가 갈망한 것과 똑같은 것을 갈망했다. - P207

혼돈을 이길 방법은 없고, 결국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라고 보장해주는 안내자도 지름길도, 마법의 주문 따위도 없다. - P208

천천히 그것이 초점 속으로 들어왔다.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이, 이 모든 작은 주고받음-다정하게 흔들어주는 손, 연필로 그린 스케치, 나일론 실에 꿰플라스틱 구슬들이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그물망이 받쳐주는 사람들에게는어떨까? 그들에게 그것은 모든 것일 수 있고, 그들을 지구라는 이행성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힘 자체일 수도 있다. - P226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아는 것이다.  - P227

하지만 나는 서서히, 목표만 보고 달려가는 터널 시야 바깥에 훨씬 더 좋은 것들이기다리고 있다는 걸 믿게 됐다. - P267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특히도덕적·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모든 자ruler 뒤에는 지배자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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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은 아버지의 모든 걸음, 베어 무는모든 것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너 좋은 대로 살아"
아버지는 수년 동안 오토바이를 몰고, 엄청난 양의 맥주를 마시고,
물에 들어가는 게 가능할 때마다 큰 배로 풍덩 수면을 치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게걸스러운 자신의 쾌락주의에 한계를 설정하는 자기만의 도덕률을 세우고 또 지키고자 자신에게 단 하나의 거짓말만을 허용했다. 그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도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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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작가가 이 소설을 쓰면서 들었다는 9와 숫자들의 창세기를 듣는다. 구와 담의 가난하고 슬프지만 사랑의 이야기다. 죽은 구의 몸을 먹는다는 것에 괴기스러움을 느끼지만 자꾸 빠져들어 읽게되었다.

나는, 구의 생에 덕지덕지 달라붙어구의 인간다움을 좀먹고 구의 삶을 말라비틀어지게 만드는 돈이 전쟁이나 전염병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를 게 없었다. 그건 구의 잘못이아니었다. 부모가 물려준 세계였다. 물려받은 세계에서구는 살아남을 방도를 찾아야 했다.  - P157

돈으로 목숨을 사고팔며 계급을 짓는지금은 돈은 힘인가. 약육강식의 강에 해당하는가. 그렇다면 인간이 동물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가. 세련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동물의 힘은 유전된다. 유전된힘으로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잡아먹는다. 불과 도구 없이도, 다리와 턱뼈와 이빨만으로, 인간의 돈도 유전된다. 유전된 돈으로 돈 없는 자를 잡아먹는다. 돈이 없으면 살 수 있는 사람도 살지 못하고, 돈이 있으면 죽어마땅한 사람도 기세 좋게 살아간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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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는 마음?
응. 그게 있어야 세상에 흉한 짓 안 하고 산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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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따뜻하고 그 사이의 미묘한 여성들의 감정들을 언어로 잘 표현하여 내 감정까지도 분명해지는 소설이다. 마음이 먹먹해지고 상처받은 산천, 새비, 박명숙할머니, 영옥, 희자, 미선 ,지연에게 까지 이어지는 삶과 자신의 이야기들이 계속 되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누구에게 거짓말을 했나.
나에게 내 인생에게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알고 싶지 않아서 느끼고 싶지 않아서.
어둠은 거기에 있었다. - P299

그 때 자신이 느꼈던 반가움을 자신을 짓누르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을. 무엇보다도 ‘내게 누군가가 있다‘라는 마음의 속삭임을 엄마는 기억했다. - P329

바들바들 떨면서도 제 손을 잡고 걸어갔어요. 어머니는 내가 살면서 가장 사랑한 사람이었어요. 무서워서 떨면서도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 나는 어머니를 닮고 싶었어요. - P333

내가 지금의 나이면서 세 살의 나이기도 하고, 열일곱 살의 나이기도 하다는 것도. 내게서 버려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그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관심을 바라면서,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종종 눈을 감고 어린 언니와 나를 만난다. 그애들의 손을 잡아보기도 하고 해가 지는 놀이터 벤치에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학교에 갈 채비를 하던 열 살의 나에게도, 철봉에 매달려 울음을 참던 중학생의 나에게도, 내 몸을 해치고 싶은 충동과 싸우던 스무 살의 나에게도, 나를 함부로 대하는 배우자를 용인했던 나와 그런 나를 용서할 수 없어 스스로를 공격하기 바빴던 나에게도 다가가서 귀를 기울인다. 나야. 듣고 있어. 오랫동안하고 싶었던 말을 해줘.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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