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 이슬아의 언어가 유쾌하고 통쾌하고 또 나를 돌아보게 한다. 정중한 타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타고남만이 아니라는 것 끝없이 공부하고 배우고 사유하는 것이라는 느낀다. 가부장에서 가녀장이 되었다고 해서 부의 자리가 초라하지않다. 각자의 역할을 평등하게 해 나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 두려움을 알게 된 것에 안도한다. 책을 사랑하는 동시에 두려워하는 자들이 출판사를 운영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 P173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신문에 실리고 텔레비전에 나오고 책이 여러 권 팔린대도 말이다. 무신경한 인터뷰어도 배배 꼬인 악플러도 찬사를 보내는독자들도 사실 진짜로는 관심이 없을 것이다. 숙희와 남희가 그렇듯 자신 앞의 생을 사느라 분주할 테니까. 그것을 기억해낸 슬아의 마음엔 산들바람이 분다. 관심받고 있다는 착각, 주인공이라는 오해를 툴툴 털어내자 기분좋은 자유가 드나든다.  - P180

이런 상상을 해보기로 한다. 하루 두 편씩 글을 쓰는데 딱 세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다면 어떨까. 세 명의 독자가 식탁에 모여앉아 글을 읽는다. 피식거릴 수도 눈가가 촉촉해질 수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읽기가 끝나면 독자는 식탁을 떠난다. 글쓴이는 혼자 남아 글을 치운다. 식탁 위에 놓였던 문장이언제까지 기억될까? 곧이어 다음 글이 차려져야 하고, 그런 노동이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반복된다면 말이다.
그랬어도 슬아는 계속 작가일 수 있었을까? 허무함을 견디며반복할 수 있었을까? 설거지를 끝낸 개수대처럼 깨끗하게 비워진 문서를 마주하고도 매번 새 이야기를 쓸 힘이 차올랐을까?
오직 서너 사람을 위해서 정말로 그럴 수 있었을까? 모르는 일이다. 확실한 건 복희가 사십 년째 해온 일이 그와 비슷한 노동이라는 것이다. - P228

"무엇이 아름다운 건지는 우리가 직접 정할 수 있어. 너는 너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발명하게 될 거야."
슬아와 아이는 글을 마저 읽는다. 가족의 유산 중 좋은 것만을물려받을 수 있을까.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그들로부터 멀리 갈수 있을까. 혹은 가까이 머물면서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서로에게 정중한 타인인 채로 말이다. 슬아가 아직 탐구중인 그일을 미래의 아이는 좀더 수월히 해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 P307

돌봄과 살림을 공짜로 제공하던 엄미들의 시대를 지나. 사랑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던 아빠들의 시대를 지나, 권위를 쥐어본 적 없는 딸들의 시대를 지나, 새 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랐습니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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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아 개미처럼 글을 쓰면서도 된장은 담글 줄 모른다. 복희는 글을 쓸 줄은 알지만 그걸 하느니 차라리 된장을 담그겠다고 말할 것이다. 복희의 엄마 존자는 된장 담그기에 도가 텄지만을 읽고 쓸 줄 모른다. 각자 다른 것에 취약한 이들이 서로에게의지한 채로 살아간다. - P98

자신에 관한 긴 글을 듣자 오랜 서러움이 조금은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슬아의 해설과 함께 어떤 시간이 보기 좋게 떠나갔다.
이야기가 된다는 건 멀어지는 것이구나. 존자는 앉은 채로 어렴풋이 깨달았다. 실바람 같은 자유가 존자의 가슴에 깃들었다. 멀어져야만 얻게 되는 자유였다. 고정된 기억들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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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노동이 아빠의 노동보다 대체 불가하기 때문이야.
가녀장이 말했다. 이에 관해 웅이는 어떠한 불만도 없다.
삼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복희의 노동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날마다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한다. 장을 보고 냉장고를 경영하고 식재료를 다듬는다. 시아버지랑 살 때도 그렇게 했고 지금도 그렇게 한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가부장제 속에서 며느리의 살림노동은 결코 돈으로 환산되지않는다. 이는 복희의 살림노동에 월급을 산정한 최초의 가장이다. 살림을 직접 해본 가장만이 그렇게 돈을 쓴다. 살림만으로어떻게 하루가 다 가버리는지, 그 시간을 아껴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 때문에 그는 정식으로 복희를 고용할 수 밖에 없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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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서 그래. 사람보다 크레인이. 그래서 낡은 크레인을계속 쓰는 거야. 검사를 하긴 하는데 무조건 통과더라.
사람보다 다른 것들이 비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살아가는 일이 너무나 값없게 느껴졌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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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마음도 버렸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은영의 일은 은영이 세상에게 보이는 친절에 가까웠다. 친절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덕목이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은영과 인표는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123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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