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간이역 > 토끼전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의미-알라단 고전 강의를 듣고

알라딘에서는 고전이라는 테마로 강연을 기획하여 수강좌를 모집 했었는데 '고전을 잔혹한 욕망이다'라는 주제로 시작된 이정원 저자의 강연회가 그 테마의 마지막 강연이었다. 그 강연을 듣기 위해 대학로 웅진씽크빅 W카페에 들렸다. 이정원 저자는 바로 '전을 범하다'를 집필한 작가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것은 그는 왜 고전이 잔혹한 욕망 그 자체라고 정의내렸을까 이다.


 

<알라딘 고전 강의-이 날은 이정원 저자의 강연이었다>

 

'전을 범하다'라는 책을 리뷰한 글에서도 밝혔듯이 저자는 교과서에 이야기 하는 '고전은 권선징악이다'를 철저히 깨뜨리고 있다. 고전에 등장하는 욕구와 공격성에 대해 작가는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해석이다. 그가 이야기 하는 13가지의 고전은 우리가 유독 일률적으로 또는 획일적으로 결론을 내린 작품들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말대로 그 13편의 고전에 욕망이 숨겨져 있는지에 대해서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그의 판단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확인 작업이다. 저자는 강연회 마지막에 토끼전을 예시로 강의를 이어 나갔다. 토끼전 속에 숨어 있는 욕망은 과연 어떤 것일까. 우리는 흔히 토끼전을 생각하면 토끼의 '꽤'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둘째로 '그 재치로 위험한 순간에서 벗어났다'가 거의 동시에 생각된다. 그 다음은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아 남는다'라는 속담이 이어 생각이 드는 정도다. 그런데 이 고전에 어떤 욕망이 숨겨져 있었던 것일까.

저자는 토끼전 속에 숨겨진 가진자의 욕망을 고발하고 있다. 사실 토끼전의 시발점이었던 '원왕본생'이라는 설화에서부터 이 가진자의 욕망은 들어난다. 그 원왕본생 설화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어느 물가에 원숭이와 악어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악어 부부 중 악어 아내가 임신을 해서 입덧 때문에 원숭이를 잡아 원숭이의 심장을 먹는다는 내용이다. 그야말로 아무런 명분도 없는 힘을 가진자의 횡포라고 할 수 있다.


 

<토끼전에 영향을 준 원왕본생 설화>

 

이 가진자의 모습은 시대를 거듭하면서 어떤 질타를 받았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가진자의 생명을 가지고 힘이 없는 자의 생명과 맞바꾸자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그것이 바로 '토끼전'의 숨은 욕망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얼마든지 힘이 없고 그 어떤 연고자가 없는 이들의 목숨 따위는 가볍게 보는 힘 있는 자들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용산 철거민들의 안전과 터전은 요만큼도 인정하지 않아 결국은 그들의 몇몇을 죽음으로 몰고간 이 시대의 가진 계층이 토끼의 간을 강제로 뺏어 먹으려는 용왕으로 연상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토끼전이 더 암담한 이유는 바로 거북의 맹목적인 충성심에 의해 거북의 아내까지 이 사건에 휩싸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부분이 토끼전에서 토끼가 약한 존재에서 힘을 가진 존재로 변경되는 단계이자 그 시대의 현실을 잘 나타나고 있는 대목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은 자신이 당했던 만큼 자신보다 힘이 약한 존재을 향해 맹렬히 복수하고 있기에 토끼전 속의 사회는 절망만 존재하고 있다.



<책, '전을 범하다'의 이정원 저자>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고전에 등장하는 이들 모두 이해관계에 얽혀 있어 자신이 추구하는 욕망으로 다른 이를 대하려는 '마초적인' 행동들을 자아낸다. 저자의 흐름대로 살펴본 토끼전의 흐름에서 누구도 행복할 수 없기에 끔찍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런 사회의 모습은 현재 우리에게도 존재한다는 저자의 보태는 말에 왜 반론을 이야기 하지 못하고 공감을 표할 수밖에 없는지 또 우리는 그 사회를 왜 침묵하고 있는지 반성을 하기도 한다.

고전이란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그릇에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현 사회의 시점에서 그 고전을 바라보고 이처럼 우리 현 생활에 접목시켜 항상 변화된 시점으로 읽어야 하는 것이 바로 고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전의 숨은 욕망을 파헤치기 위해 현재 우리의 사회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먼저 진단할 필요가 있다. 자기 반성에 날카롭지 않다면 고전을 해석하는 눈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이정원 저자의 강연은 제법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끝이 났다. 그리고 나는 그의 강연을 들으며 고전의 재해석과 더불어 삶을 읽을 수 있는 눈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자연스럽게 그 흐름이 내게 오도록 늘 준비된 자세로 임해야 겠다고 여기며 강연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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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토끼전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의미-알라단 고전 강의를 듣고
    from # 간이역, 꿈꾸는 식물 2011-03-10 12:43 
    알라딘에서는 고전이라는 테마로 강연을 기획하여 수강좌를 모집 했었는데 '고전을 잔혹한 욕망이다'라는 주제로 시작된 이정원 저자의 강연회가 그 테마의 마지막 강연이었다. 그 강연을 듣기 위해 대학로 웅진씽크빅 W카페에 들렸다. 이정원 저자는 바로 '전을 범하다'를 집필한 작가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것은 그는 왜 고전이 잔혹한 욕망 그 자체라고 정의내렸을까 이다. '전을 범하다'라는 책을 리뷰한 글에서도 밝혔듯이 저자는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