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간이역 > 한 길 사람 속을 알고 싶어하는 김탁환 작가를 만나다

노서아 가비- 고종의 씁쓸한 미소, 커피로 녹아 들다에 썼듯이 2009년 8월 5일 저녁 7시 30분에 오마이뉴스에서 진행하는 김탁환 작가의 강연회가 있었다. 지난 해 드라마 <황진이>와 <불멸의 이순신>의 원작을 쓴 김탁환 작가였다. 그래서일까 이번 신작, <노서아 가비>는 출간 되자마자 영화화 결정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 짧지만 대단한 뉴스를 접하자 강연장을 향한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이날은 너무 더워 얼음이 들어있는 음료들이 많이 생각났음에도 불구하고 '노서아 가비'를 입으로 되내이자 어쩐지 그런 것보다는 찐하고 쓴 에스프레소가 이 강연회와 맞는 음료가 아닌가 생각만 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에스프레소가 땡겼지만 우선 30분 정각에 도착해버린 지각으로 인해 커피집에 들리는 것도 무리였으나 더 결정적으로 그런 에스프레소를 들고 들어가지 않았던 진짜 이유는 노서아 가비- 고종의 씁쓸한 미소, 커피로 녹아 들다에서 밝혔듯이 나는 커피를 입에 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강연회는 다행히 40분에 시작되었고 김탁환 작가는 편한한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왔다. 그 편한함에도 조금은 다른, 이제까지의 강연회와는 다른 모습이 있었다. 작가가 자신이 만든 강연회 PPT를 넘기기 위해 서서 진행해 갔다는 건 지금까지의 작가들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무려 한 시간 반을 넘는 시간동안 앉지도 않고 그렇게 김탁환 작가는 서서 강연을 이어갔다.


이 날의 주제는 <한 길 사람 속>이었다. '한 길'은 다시 큰 길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줄곧 생각을 했는데 결국 그 의미는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왜냐면 소설을 쓴다는건, 아니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사람에 대해 속속들이 들여다 보는 것인데 그것이 액면 그대로 '한 길'일리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

작가는 이런 의미를 담고있는 주제로 운을 떼며 그러기에 모든 글을 쓰는 이들은 '아수라 백작'이 되어야 한다며 글을 쓰는 이가 잊지 말아야 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그 이유는 소설가는 어느 하나의 목소리로만 대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고 또한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나와 코드가 맞았던 이유는 김탁환 작가가 말했듯이 나는 문예창작과와 국어국문학과를 나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의 학교, 카이스트 학생이었다면 그가 말했던 그날의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세 권의 책을 우리에게 권했다. 그 첫째가 아라비안나이트이며 둘째가 서유기 마지막으로 셋째가 태평광기였다. 재미있으면 독자에게 읽혀 사랑을 받게되는 한편 재미가 없으면 철저히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곳이 이쪽의 세계다. 그걸 상징화한 것이 아라비안나이트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는 이런 식으로 '독자'라는 말은 쓰지는 않았다. 내 나름대로 그의 의견을 정리해 보니 아라비안나이트 자체가 그런 독자와 작가의 관계를 잘 설명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의 생각과 결합하여 이 부분을 정리해 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김탁환 작가가 여기 <노서아 가비>에 나오는 따냐를 그릴 때 누구, 어떤 모델을 모티프로 삼았는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그리고 얼마 안되어 그 궁금중을 해결할 수 있었다. 작가는 2007년도에 <파리의 조선 궁녀, 리심>을 쓰던 당시 이 <노서아 가비>의 시놉이 떠올랐다고 한다. 즉 다시 말하면 리심과 따냐는 같으면서도 결말은 다르게 끝을 낸, 동전의 앞면과 뒷면같은 존재였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었다.

작가는 자신 속에는 무거운 소설을 쓰게 되면 그것보다는 좀 가벼운 소설을 써 어떤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한다며 이 따냐를 쓰게 된 계기도 독자들에게 밝혔다. 어쩌면 그가 말하듯 그의 내면에는 숨기지 못하는 '역마살'이있어서 시간이든 공간이든 여행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저서의 대부분은 공간과 시간을 여행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작가에게 가장 궁금한 질문으로 63쪽의 어느 한 구절을 질문하였다. 그 구절은 다은과 같다.

갈범 무리의 화려한 낮과 밤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시절은 따로 써서 책으로 묶을예정이다.

라는 따냐의 말에서처럼 이런 책을 앞으로 내어 혹시 이 <노서아 가비> 후속편으로 만들 생각이 있는 것인가였다.

작가는 먼저 우스갯 소리로 '영화가 잘 되면'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 다음으로 자신이 군대에 있었던 그 시절에 180여권이나 되는 고전을 읽었던-기억이 있는데 어떤 사건의 결말이 거의 170권쯤에서 풀어지어 이상하게 느껴 복선이 깔려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180여권이나 되는 그 책을 두어번 반복해서 읽었던-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그리고는 그 고전 작가의 치밀한 짜임에서 한 술 더떠-혹시 그 고전작품을 썼던 작가가 만약 이 소설은 1800권의 책으로 구성되어있고 이 180여권은 그것을 요약한 것뿐이다라고 했다면 독자는 어떻게 반응했을 것인가라는-작가다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구절을 쓴 이유는 앞서 언급한 아라비안나이트를 조금 인용한 것이고 또한 이 군대시절에 익혔던 독서습관이 나도 모르게 묻어난 구절이라고 생각한다며 답변을 해주었다.


모든 글을 쓰는 이에게 있어 어떤 사람의 깊은 속내를 파악하는 거, 알고 싶어하는 건 공통적인 습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번뇌하고 또 그들에게 동화된다. 그래서 글쟁이는 쉽지 않은 직업이다. 어쩌면 그런 달콤하면서도 쓰라린 작업현장을 닮은 건 이 <노서아 가비>에서 자주 등장하는 커피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커피와는 담을 쌓을 생각이다. 이 책에서 커피는 고종의 슬픔이 담겨져 있기에, 그 슬픔에는 동화되지 않기위해 강연장을 나오며 입으로 느껴지는 그 심심함을 서늘한 저녁 바람으로 달래며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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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 길 사람 속을 알고 싶어하는 김탁환 작가를 만나다
    from # 간이역, 꿈꾸는 식물 2009-08-06 10:10 
    노서아 가비- 고종의 씁쓸한 미소, 커피로 녹아 들다에 써듯이 2009년 8월 5일 저녁 7시 30분에 오마이뉴스에서 진행하는 김탁환 작가의 강연회가 있었다. 지난 해 드라마 와 의 원작을 쓴 김탁환 작가였다. 그래서일까 이번 신작, 는 출간 되자마자 영화화 결정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 짧지만 대단한 뉴스를 접하자 강연장을 향한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이날은 너무 더워 얼음이 들어있는 음료들이 많이 생각났음에도 불구하고 '노서아 가비'를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