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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는 수요일
곽윤숙 지음, 릴리아 그림 / 샘터사 / 2025년 8월
평점 :
이 책은 눈이 불편한 10살 가영이가 혼자 하교하며 겪는 하루를 섬세하게 그려낸 성장 이야기다. 낯선 상황과 불안 속에서도 “괜찮아”를 되뇌며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가영이의 모습에서 어린아이지만 단단하고 야무진 내면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혼자 집으로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주며, 작은 도움과 따뜻한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섬세하게 전달한다. 종점에서 내려주는 아저씨의 챙김, 손을 잡아주는 아주머니, 위로와 사탕을 건네는 언니의 작은 배려 하나하나가 가영이에게는 세상을 믿게 하고, 사랑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책은 또한 가영이가 겪는 여러 사건들—반 친구의 장난, 괴롭힘과 전학, 엄마의 조언, 버스 안에서 느끼는 사람들의 웅성거림 등—을 통해, 어린이가 세상을 안전하게 경험하고 성장하려면 주변 어른들의 세심한 배려와 사회적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가영이는 시각적 제약 대신 온몸의 감각으로 주변의 따뜻함을 느끼며, 도움의 손길이 모이면 하루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한다. 별일 없는 하루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가족뿐 아니라, 이웃과 사회의 작은 관심과 배려라는 점이 강조된다. 가영이의 단단한 마음과 침착함은 가족의 신뢰와 지지 속에서 길러졌고, 독자는 책을 통해 사랑과 믿음 속에서 자란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이 책은 낯선 하루를 안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따뜻한 사람들의 힘을 담아, 어린이 독자에게는 공감과 안심을, 어른 독자에게는 사회적 책임과 배려의 중요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가영이의 하루를 따라가는 동안, 우리는 작은 친절이 모여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과 감동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