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인 현대지성 클래식 52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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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알베르 카뮈의 깊은 고뇌가 담긴 그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코로나가 시작된 시절 그의 '페스트'를 읽으면서 소리내어 목놓아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설의 절정은 우리가 너무너무 아파할만한 장면으로 표현되더라고요. 바로 아이가 죽는 장면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심장 한구석이 욱신거립니다. 아마 개인적인 아픔이 투영되기 때문이겠죠.) 그 아이를 살리기 위해선 사람들의 기도와 염원 의사의 의료기술, 법적인 시스템도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허무하고 슬픈 장면을 툭 던지더니 어느새 전염병이 끝나고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그 한 편의 소설에서 너무 많은 감정을 겪어서 책을 다 읽은 뒤에 기진맥진해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카뮈의 '이방인'을 읽었습니다. 처음 읽은 그의 소설은 감정 과잉인 소설이었는데 이방인은 감정이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자신의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 치를 생각에 귀찮아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처음엔 최초의 사이코패스를 다룬 소설인가 싶었는데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실제로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적인 소시오패스스런 저런 인물들이 점점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실제로 소시오패스 인구비율이 25프로 정도 된다고 해요) 이 이방인이라는 소설도 일필휘지로 나온 소설이 아니라 그가 노천 카페에 앉아서 사람들을 수년 동안 관찰하면서 기록한 메모를 토대로 쓰여진 소설이라고 합니다.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얼마나 관찰력이 좋은 사람인지 감탄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 읽게 된 '반항인'도 소설인 줄 알고 펼쳤답니다. 하지만 이건 그의 강독집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책은 도끼다', '또 다시 책은 도끼다', '기획자의 독서',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와 같은 강독집을 즐겨 읽는 저는 카뮈의 강독집이라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카뮈의 강독집인 '반항인'은 개인적으로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카뮈가 얼마나 많은 고전과 철학서를 읽었는지 엿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의 천재성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스 철학과 도스토예프스키 그리고 1, 2차 세계대전의 경험, 죽음을 다루는 사람들과 권력에 대한 심각한 고뇌가 담긴 책이었습니다. 제도를 통해 사람의 존엄성인 생명을 앗아갈 권리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더군요.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세계가 그가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극적으로 사면된 뒤에 죽음에 대한 고뇌가 많이 쓰여있다고 알고 있는데 카뮈도 그 부분을 깊이있게 읽고 사색했더라고요.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들을 겪으면서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란 행위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담겨있는 거 같았어요. '누가 당신들에게 생명을 앗가가도 된다고 권리를 주었나요?'라고 계속 질문하는 거 같았어요.

책을 읽는 다는 행위는 다른 사람의 생각 속에서 부유하는 느낌입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단어와 문장 속에서 연결고리를 찾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가끔은 그 생각이 너무 깊어서 길을 잃기도 하고 질식해 버리는 숨가픔도 느끼고 심연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기분도 들어요. 안타깝게도 카뮈는 밝은류의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가 초대하는 길은 조금은 어두운 공간이더라고요. 그래서 전 제 나이가 좋습니다. 이젠 그런걸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이 책은 책읽기에 입문하시는 분들에겐 추천드리지 않아요. 카뮈가 인용한 도서들이 꽤나 무게감이 있는 도서들이기때문이에요. 반항인에 적힌 도서들을 최소한 5권 정도 읽으신 분이라면 이 책을 읽으실 때 '카뮈는 이걸 읽고 이런 생각을 했구나, 나는 이런 걸 느꼈는데..'하시면서 비교하면서 읽으시긴 재미있으실 거에요. 또 그가 읽은 책들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길거고요.

이 책을 출간한 뒤에 다른 문학계의 거장들과 의절도 하고 그랬다는데 뭐 그 당시에만 있는 특별한 일은 아닌 거 같아요. 지금도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의절하니까요. 다음엔 카뮈의 '시시포스 신화'라는 에세이를 도전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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