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의 정원
아나톨 프랑스 지음, 이민주 옮김 / B612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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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듣고 있던 음악이 서정적이어서 였을까... 책장을 넘길수록 가슴이 점점 먹먹해졌다.


책에 가득한 아름다운 문장들이 너의 고통과 슬픔은 허무한 게 아니라고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살며 애쓴 만큼 가치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 정원 52P

그러다.. 심장에 면도날로 상처를 입은 것처럼 아림과 쓰라림이 동시에 느껴지게 만든 문장들을 만났다.

음악이 슬퍼서일 거야.. 되뇌며 페이지를 넘기려고 했지만 결국 책을 내려놓고 엉엉 울어버렸다. 너무나 이쁜 나이에 하늘로 가버린 우리 딸.. 별이 된 우리 하연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내내 아파서.. 그렇게 힘들어했는데... 하늘로 가기 몇 달 전부터 그렇게 우리 부부에게 웃어 주더니.. 너무 허망하게 한순간에 하늘로 가 벼렸다. 아이를 키우면서 희망이 생기기 시작한.. 이제 행복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조금은 생겨버린 순간에 우리 딸이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아마도 우리 하연이는 나비처럼 마지막 순간에 우리에게 미소 지어 주기 위해... 그동안 그렇게 아파했었나 보다..

아나톨 프랑스는 책에서 결국 책을 해석하는 건 독자의 몫이라고 적었다. 그래서 책이 위대한 거라고... 그는 곤충과 나비를 통해 사랑하는 연인의 아름다움과 젊음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아쉬움을 이야기했지만... 독자인 나는 역시 내가 가장 사랑한 존재를 떠 올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고통이 존재하는 지구에 살고 있으니까.. 온 우주를 통틀어서 가장 위대한 장소에 살고 있는 거다.



우주보다 더 큰 존재에겐 우주도 먼지처럼 작은 걸 수도 있다는 그의 생각에... 인간적인 관점으로 우주라는 위대함을 바라보는 나 자신을 돌아본다.


이 책은 200 페이지 남짓한 명상록이다. 하지만 아나톨 프랑스의 명상록엔 그리스 로마의 신들부터 19세기와 20세기의 정치인들까지 방대한 인물들과 역사가 함축되어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나절이면 읽어 낼 정도의 가볍고 얇은 책이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심장이 욱신 거린다. 아무래도 이 책은 다시 읽고 또 읽어야겠다.



나는 어떤 용도로 구워진 도자기일까...

아나톨 프랑스의 글은 과학을 찬사하면서도 신의 존재에 대한 숭고함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의 이야기는 무척 설득력 있게 들린다. 난 내가 가진 아픔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었지만... 그는 고통에서 신의 존재를 발견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이미 책 제목부터 반어적이다. "에피쿠로스의 정원"이라더니 쾌락이 아닌 고통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고통이 있기에 행복을 더 소중히 느낄 수 있는 거라고...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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