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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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조선시대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조선시대 이야기들을 좀 읽고 있다. 하... 읽으면서 열불 나는데 또 재밌다. 오늘 소개할 책도 부인이자 며느리인 내가 읽기에 억울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 책은 다산 정약용이 유배 가서 총 3개(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를 집대성했는데 그중 살인사건 수사 과정을 다룬 흠흠신서를 현대글로 번역한 책이다. 평소에 수사물을 좋아하는 나는 조선시대 살인사건 모음집이라니... 표지를 펼치기 전부터 무척 두근거렸다. 역시나 24시간 안에 책을 완독해 버렸다. 재밌지만 슬픈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감상평을 시작하겠다.

우선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는 생각보다 과학적이었다. 검시를 5번까지 하기도 하고 의구심이 많은 사건은 심지어 시체까지 다시 파내서 사인을 밝혀내려고 애썼다. 주로 직접적인 사인이 뭔지 파악하여 여러 명에게 공격을 당해서 죽었거나 했을 경우는 사망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범인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고 또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밝혀내기 위한 것이었다. 조선시대에도 살인을 저지르고 자살로 위장하는 경우가 꽤나 빈번했던 것처럼 보인다.


이 책에서 소개된 조선시대 아내 or 며느리 살인사건

1. 바람피우는 남편에게 투기한 아내를 남편이 화나서 때려죽임. (판결 감형)

2. 시댁에서 쫓겨난 누이를 오빠가 집안 망신 시켰다며 죽임. (역시 감형)

3. 시어머니의 이간질에 사이좋던 부인을 남편이 때려죽임. (부부 싸움이었기에 감형)

4. 신혼부부인데 남편 말 안 듣는다고 양잿물 씌운 뒤 때려죽임 (부인이 남편 말 안 들었으므로 감형)

5. 근친상간을 하는 시어머니의 불륜을 목격한 며느리를 시댁사람들이 공모하여 살해 (범인이 여러 명이어서 주범을 특정할 수 없어 세월이 흘러 주범 자연사)

그 외에도 시집살이가 심해서 며느리가 자살한 사건도 있고 정절에 흠집이 나도록 소문을 낸 여인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지만 살해보다 정절에 흠집을 낸 사람의 죄질이 더 나쁘다고 판단했다. 반면 살인자인 여인은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살해 한 거니 무죄라고 판결 받았다.

자식의 살인죄를 덮어주려 죄를 뒤집어쓰고 자살한 어머니:

게다가 자신의 아들의 죄를 덮어주려고 거짓 자백을 한 뒤 자살한 어머니가 있는데 정조는 그 어머니의 뜻을 받아들여서 아들을 풀어줬고 반대로 정약용은 오히려 아들이 죄를 지어 어머니가 죽게 만들었으니 직접 죽인 건 아니더라도 어머니를 죽인 거나 마찬가지라고 봤다.

특히 정약용이 이렇게 판단한 것은 정조의 판결이 판례로 남아 범죄자인 자녀를 둔 부모가 자식을 감싸기 위해 한 희생이 칭송을 받아 다른 부모들에게도 자살로 자녀의 범죄를 무마시키는 안 좋은 풍습을 남길까 염려해서였다. 실학자인 정약용이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한 것이 보인다.

특히 정조는 판결 내내 인정에 휩싸이는 판결을 많이 하는데... 그래 화나서 죽일만하지 이런 식이다. 그런 판결을 내린 이유는 일찍이 세종대왕이 임금은 백성을 살리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조안한 것을 따르고자 했던 건데.. 세종대왕의 뜻은 노비도 생명이니 양반들이 노비를 함부로 고문하거나 죽인 것도 벌하라는 뜻과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라는 뜻이었는데 정조는 인정으로 많은 사건에 판결을 내린 것이엿보인다.

정조가 어려운 조선에 많은 개혁을 감행하여 조선을 발전시킨 건 사실이지만 그가 생각하는 백성이라는 테두리는 세종대왕의 백성의 테두리 보다 더 좁아 보인다.

법보단 폭력이 먼저던 조선시대:

조선시대에는 복수에 의한 살인은 사건 성립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법을 이용하여 복수를 핑계로 원한이 있는 사람을 살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래서 살인 동기가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복수인지 아니지를 판단하는 수사를 했다. 복수인 게 너무 확실하면 사건 성립 무효.

조선시대 음주 시 범죄:

조선시대 음주 시 발생한 살인사건은 사람이 한 게 아니라 술이 한 일이라며 정조는 형을 엄청나게 감형해 주었는데 반대로 정약용을 선천적인 정신이상자가 아닌 이상 술을 마시는 행위는 자의적인 행위이므로 자의적인 행위에 따른 책임을 물어 판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의 법관이 이 정약용의 논리를 읽으면 좋겠다. 18세기의 조선시대 사회적 분위기에서도 무척 이성적이고 실리적인 판단을 하는 학자였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목민심서랑 거중기 외에 정약용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 기회에 조금 더 알게 돼서 너무 좋았다. 이 분 진짜 200년을 앞서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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