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고요한 지음 / &(앤드) / 2021년 7월
평점 :

남편의 염려
책을 읽으려고 손에 들고 남편 옆에 앉았더니 남편이 한 마디 했다.
"나 하나론 부족한 거야? 이제 결혼은 세 번쯤... 이런 책 보는 거야?"
ㅋㅋ 남편의 염려대로 결혼을 세 번 하는 게 주된 내용은 아니었다.

생소한 직업 스너글러
이 책엔 스너글러라는 생소한 직업이 나온다. 스너글러는 앱을 통해서 스너글링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여성에게 가서 시간당 또는 밤새 관계없이 포옹만 해주는 직업이다. 백인 스너글러의 하룻밤 일당이 400불인데 주인공은 시세에 맞춰 가격을 올렸더니 찾아주는 고객이 없어서 200달러로 가격을 내린다.
백인 남성은 고객을 찾아가서 고객이 나이가 많다는 둥 서비스 제공을 퇴짜놓기도 한다고 한다. 음... 개인적으로 인종차별을 보여주려는 문장들이 있었는데.. 별로 공감이 안 갔다. 왜냐.. 남자 주인공이 우선 39살이었고 키도 크지 않았고 근육질의 남성도 아니었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백인 남성을 표현할 때 키가 크고 건장한 남자로 표현했다. 혹시 배 나온 백인 남성 대 오만하고 잘생긴 한국인이었으면 인종차별이라고 공감되었으려나? 백인이라고 다 건장한 건 아니기도 하기에.. 아님 내가 너무 외모지상주의인 건가?
어쨌든 나이 든 여성으로서는 스너글러 서비스를 받아 보기도 힘든데 주인공은 나이를 상관 안 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꿈에 부풀어서 뉴욕까지 갔는데.. 성공은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 많았다. 남자 주인공이 처절하게 뉴욕에서 버텨 온 장면들을 많이 보여준다. 10년이 넘도록 체류증을 해결 못하고 불법체류로 근근이 살아가는 주인공... 우리에게 익숙한 백마 탄 왕자인 남자주인공이 나오는 소설과는 다른 느낌의 소설이었다.

마거릿은 70대 여성이다. 70대면 이제 우리 아빠 나이인데 요즘 우리나라 70대 분들은 노인처럼 보이지 않는다. 근데 소설에선 금방 죽을 사람처럼 표현해서 조금만 피곤해도 쓰러지고 병원에 가고 산책도 잘 못 가는 여성으로 나온다. 내가 상상한 여주인공의 이미지가 아니라... 아쉬웠다. 그리고 그녀는 계속 이미 죽은 남편을 이야기하면서 과거에 살고 있다. 요즘 내가 할머니처럼 생각을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40대가 되어서 나이가 들어가는 여성으로서 글을 읽는 내내 늙은 여자를 표현하는 문장들에 불편함을 느꼈다.

결혼을 하긴 하는 거야? 영주권은?
그럼에도 내가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금방 읽어버린 데는 이 주인공 남자가 과연 이 할머니와 결혼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궁금증이 계속 해결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 자꾸 해프닝이 생기기도 하고. '그래.. 나이 든 사람과 뭘 하려면 번거로운 일이 생기지' 하는 생각에 공감이 되기도 했다.
외로워 하는 사람들
그리고 소설 곳곳에는 외로움이 묻어 나왔다. 돈만 바라는 자식, 친구들과 정기 모임을 해도 외로움을 느끼는 여주인공, 그리고 그 외로움을 똑같이 느끼는 남주인공의 어머니와 여주인공의 모임 여성들, 불법체류로 경찰의 눈을 피해 다니며 따스함을 느낄 수 없는 뉴욕에서이방인인 남주인공의 외로움...
소설 속 계절은 크리스마스인데 크리스마스의 따스한 온기보단 창 밖에 추운 바람이 더 많이 느껴졌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뭔가 내가 모국에서 따듯한 내 집에서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남편과의 관계가 참 소중하다고 느끼게 해주었다. 역시 남의 불행을 통해 인간은 행복감을 얻는다지..
정말... 나이가 들면.. 저렇게 외로워질까?에 대한 고민과 요즘 심심찮게 들려오는 고독사 소식까지.. 외로움도 돈으로 해결하는 세상에 대해서... 아직은 그런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나와 남편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나도 혹 남편이 나보다 먼저 가게 되면 여주인공처럼 남편을 회상하며 나도 과거에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함께...
기승전남편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