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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카피라이터 - 생각이 글이 되는 과정 생중계
정철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나도 재밌고 눈에 띄는 제목을 짓고 싶었다. 사람이든 글이든 영화든 뭐든 첫인상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니가? 그리고 방법론을 찾아보고 카피라이터 책도 구입하곤 했다. 그런 내게 이 책이 말을 걸어왔다.

우리는 상대의 성격을 파악할 때 무얼 기준으로 파악하는가? 그 사람의 언어이다. 그게 말이든 글이든. 그런데 SNS가 만연한 언택트 시대엔 말보다 글쓰기가 더 중요해졌다. 왜? 우리는 글로 소통하니까. 그런데 때때로 글로 소통을 하다 보면 정제되지 않은 단어와 말들이 튀어 나갈 때가 있다. 왜냐? 우리는 익명이라는 가명을 쓰고 있으니까. 이 책에선 내가 누군지 상대가 모르더라도 익명이란 가명 뒤에서 비겁한 말을 하기보단 상대에게 용기를 주는 말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쓰여있다. 왜냐 결국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 화자도 말을 듣는 청자도 모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말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진다.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카피, 기억에 남는 카피는 결국엔 사람 냄새가 나는 단어, 문장 그리고 글인 거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이라고 이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 상품이 글이든, 회사든, 상품이든 결국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아닌가?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지갑은 자동으로 열린다. 그런데 그 사람의 마음은 거저 얻을 수 있는가? 절대 아니다! 역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서 이 저자는 카피라이팅이 영감에 기반을 둔 작업이 아니라고 과감하게 말한다. 카피라이팅은 노동이다. 카피라이팅도 좋은 말을 하는 것도 노동이다. 처음부터 그냥 되는 것은 없다. 단어들을 조합하고 분해하고 다시 조합하고 그렇게 카피는 만들어진다. 우리의 글도 언어도 결국 좋은 말들이 쌓여서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거다.

좋은 글은 미사여구가 가득 들은 글이 좋은 글이 아니다. 글을 읽는 사람이 상상력으로 그려낼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인 거다. 우린 상품을 고를 때, 여가시간에 볼 콘텐츠를 고를 때 공부해서 고르지 않으니까. 제목을 보고 '아~ 이런 내용이 들어있겠구나.', 제품명을 보고 '아~ 이런 상품이겠구나.' 회사 슬로건을 보고 '아~ 이런 일을 하는 회사구나.'하고 상상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꾸 생각나는 카피가 있다. 바로 '사람이 먼저다.'이다. 대통령 선거 캠페인의 슬로건이었다. 그렇다. 이 분이 그 슬로건을 만든 사람이다. 그래서 책 말미에 정치색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리고 작가분은 독자에게 사과한다. 정치 슬로건 카피라이터로 오래 일해서 경력의 한 부분이니 이 부분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그래도 많이 자제하고 있지만.. 불편하신 분들은 마지막 장은 그냥 덮으시라고. 그리고 2020년 대한민국을 달군 그 카피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다."라는 캠페인의 카피도 직접 만들어 무료 배포했다. 물론 국민들에게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만든 카피지만 정부조차 무료로 가져다 쓸 준 몰랐단다.
우리나라에 나오는 작법서나 카피책이 외국 번역서가 많은데 우리나라 글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35년 경력의 카피라이터 분의 카피작법서는 무척 친근하고 실용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잘 쓴 글은 역시 술술 익힌다. 총 335페이지의 책을 다 읽는 데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어제저녁에 받아 어제 자기 전 마지막 장을 덮었으니까. 결국 나도 내 유튜브와 블로그 썸네일 제목을 뽑기 위해 이 책을 읽었지만... 사람 냄새 맡으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앞으로도 썸네일 제목이 안 뽑히면 이 책을 다시 들춰봐야지. 오늘 썸네일 제목도 작가분의 생중계를 따라 만들어봤다. 역시 사람 냄새나는 제목이 뽑혀서 만족스럽다. 이렇게 조금씩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수줍게 말 걸고 싶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